지난 게임 발표회 이후 다시 만난 김학규(32) 사장은 아토피 증세가 너무 심해 얼굴이 퉁퉁 부어 올라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김 사장은 썬글라스를 써도 괜찮겠냐며 양해를 구했다. 카메라의 플래쉬에도 눈이 아프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김 사장은 하루도 쉬지 않고 늦은 밤까지 작업에 매달리며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이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까지 오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2의 ‘라그나로크 신화’ 창조에 여념이 없는 김 사장의 소감을 들어봤다.
- 이번 설문 조사에서 가장 성공할 것 같은 게임으로 인정받았다.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 그만큼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에는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아도 부담스럽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란 게임의 가치만큼만 기대해 주면 고맙겠다. 원래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기대가 너무 높으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품이 보통 수준이라도 결국 만족하는게 사람이다. 그리고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나로 담은 게임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특징을 잘 알고 그 정도만 기대해주면 고맙겠다.
- 상업적 성공의 이유로 대부분 ‘김학규 사장의 이름’ 때문이라고 답변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까지 만든 게임이 7개인데 만든 것마다 성공한 것도 아니고 잘 모르시는 분도 많더라. 얼마 전에 프로그래머 면접을 보는데 왜 여기를 지원했냐고 물으니까 김학규 사장님을 존경해서라고. 그래서 무슨 게임을 해 봤냐고 하니까 ‘악튜러스’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해봤다고 했다(참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손노리 이원술 사장 작품). 꼭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막연히 느끼는 감정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솔직한 얘기로 개발자가 전면에 드러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렇지 실력있는 인물들은 정말 많다.
- ‘썬’과 ‘제라’ 중 경쟁작이라고 보는 작품은.
▲ 두 작품 모두. 아무래도 시기가 비슷하니까. ‘썬’은 웹젠 특유의 센스가 잘 표현돼 있어 눈에 띈다. 번쩍번쩍하는 그래픽 효과를 잘 사용하고 있었다. 유저들이 좋아하는 튼실한 갑옷과 효과까지. ‘뮤’를 만든 분들이 다시 관여하고 있으니까 기대가 간다. ‘제라’는 일단 겉보기에 멋있다. 공개된 자료가 너무 없어서 딱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게임의 특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결국 플레이를 해봐야 정확히 알 것이다.
- 그런데 이번 설문에서 가장 신뢰하는 개발사로 넥슨을 많이 뽑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 그건 당연하다. 5타수 3안타는 쳐야 신뢰가는 개발사가 될 것이다. 넥슨은 많은 성공작을 냈고 유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개발사다. 그에 비해 IMC게임즈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서 신뢰받는 게임 개발사가 되도록 하겠다.
-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첫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언제인가.
▲ 지난 발표회에서 상반기라고 공개했다. 그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6월 말에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생각이다. 아무리 연기해도 일주일 이상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말 그대로 테스트다. 매우 짧고 간소하게 할 것이다. 유저들이 접속해서 잘 돌아가는지 살펴보는 것 이상의 수준은 아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서 게임의 많은 것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 그래도 많은 유저와 관계자들은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모든 MMORPG의 장점과 요건을 갖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곤란하다. 지금까지 많은 단점이 노출된 MMORPG의 한 가지 대안으로 보면 적당할 것이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내가 만드는 게임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오픈 베타 테스트는 언제로 예상하나, 그리고 정식 서비스는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 최소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특징이 완성돼야 오픈 베타 테스트를 할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요리한 음식은 내가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말 같지만 엄청난 진리가 담긴 격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한 얘기로 ‘제라’나 ‘썬’ 등 타 업체의 게임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아니겠지만 개발자의 입장으로 말한 것이다. 신경을 쓰면 영향을 받기도 쉽고 괜히 마음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선을 다해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되도록 만들 뿐이다. 유저들에게 공개해도 괜찮다 싶으면 오픈 베타 테스트를 할 것이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