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배치안이 발표되자 이전 대상 공공기관과 이를 유치할 시·도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요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업무효율성, 이전문제, 비용부담 등을 염려했다. 일부 기관은 “전혀 상관도 없는 곳에 정치적 판단으로 가게 됐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공공기관을 수용하는 지자체들도 ‘적극 환영’하는 반응에서 ‘기대이하’ ‘의외’ ‘비판적 수용’ 등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이 일단락되자 지방에서는 벌써 광역 지자체별로 10∼15개씩 나뉜 공공기관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공공기관 반응도 제각각=이번 공공기관 이전 확정안 발표 후 과학기술정책분야 출연연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 기관은 모두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싱크탱크로서 정책결정을 뒷받침하려면 과학기술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을 희망했다. 그러나 정부 확정안은 STEPI는 당초 바람대로 행정복합도시로 이전이 결정된 반면, KISTEP은 다소 떨어진 충북 지역에 배정됐다.
대구광역시로 이전이 확정된 한국전산원은 행정수도로 이전하지 않는 행정자치부와 이해관계가 다소 복잡하다. 행자부는 전자정부 사업의 긴밀한 공조관계를 들어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전산원의 지방이전에 난색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이는 행자부의 전자정부진흥원 설립에 결정적 단초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보통신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또 경남으로 이전하게 된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상 전남), 한국정보문화진흥원(제주) 등은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기술표준원(충북), 한국산업기술평가원(대구) 등도 이전 지역 확정에 아쉽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으로 이전이 결정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은 정보통신 관련 유관기관이 함께 이전하게 돼 업무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광역 지자체 ‘환영’ ‘기대이하’ ‘아쉽지만 수용’=그동안 지역 발전을 위해 대형 공공기관 유치에 힘써온 광역 지자체의 표정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12개 공공기관을 배정받은 충북도는 “정부가 고심해 결정한만큼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충남도도 “행정복합도시의 원활한 건설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광주시 역시 이번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배치가 지난 40여년 간의 국토 불균형적 성장의 폐해를 치유하기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의 광주이전 결정에는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면 대전시는 행복도시 배후지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을 제외한 충남과 충북지역에 공공기관을 확정한 것에 대해 내심 불쾌함을 내비쳤다.
전남도는 이번 공공기관 배치에서 전남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바이오산업(BT) 관련 기능군 등이 배제되고 IT분야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 전북도와 대구시가 ‘아쉽지만 수용한다’는 의견을 나타냈고 부산도 당초 정부의 발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전 대상 기관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본격 유치경쟁 이제부터=벌써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공공기관 유치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광역 지자체별로 10∼15개의 공공기관이 배정됐지만 혁신도시(클러스터)를 통해 이전기관을 집중시키면 혜택을 보게 되는 지자체는 1∼2곳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들의 경우 이전하는 기관은 한정돼 있는 반면 유치하려는 시·군·구는 많아 혁신도시를 건설할 용지 선정작업 여부가 국가의 대역사인 공공기관 이전사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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