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 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라.
레인콤 등 국내 MP3플레이어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관련 프로세서 업체들도 메이저 플레이어로 급부상중이다.
MP3플레이어 프로세서는 미국의 시그마텔이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지만, 텔레칩스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 발벗고 나서면서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현재 음악을 인코딩·디코딩하는 프로세서 칩 분야에서 텔레칩스, MSC로직, 삼성전자 등 국내 2∼3개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세계 시장의 대략 20%대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으며, 올해는 외국의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석권을 노린다.
◇노는 물이 다르다=국내 MP3플레이어 프로세서 업체들은 MP3플레이어 종주국인 한국의 MP3플레이어업체들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MP3플레이어업체들이 프로세서 업체들의 내조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 2위 MP3플레이어 프로세서 칩업체로 성장한 텔레칩스 서민호 사장은 “국내 MP3플레이어업체들의 앞선 기술력이 프로세서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며 “세트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세계 1위 MP3플레이어 프로세서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국내 MP3플레이어업체들이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변변한 프로세서 메이커가 없어 필립스 등 해외 업체들로부터 프로세서 전량을 공급받는 상황이었다.
레인콤 양덕준 사장은 “세계적인 MP3플레이어업체임에도 프로세서 공급에 차질을 빚어 생산 일정을 맞추지 못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면서 “프로세서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 엔니지어들을 외국에 파견,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국내 프로세서 메이커들이 시장 경쟁에 합류하면서 이같은 문제는 해결됐다. 근거리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MP3플레이어와 프로세서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MP3플레이어는 휴대형 기기로만 인식됐지만, 최근 차량에 탑재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MCS로직 남상윤 사장은 “휴대용 MP3P가 확산되면서 움직일 때는 휴대용으로 차량과 같이 고정된 장소에서는 CD로 듣고자하는 시장의 욕구가 있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칩으로 발전 ‘진행중’=국내 프로세서 메이커들은 MP3플레이어가 휴대형 멀티기기로 발전하고 있는데 주목한다. MP3플레이어에서 음악은 물론,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서도 변해야 한다. 음악만 선명하게 나오도록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MP3플레이어 프로세서업체들은 국내 세트업체들이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컨버전스 기술 속도가 빠르고 국내 엔지니어들의 응용력이 뛰어나 향후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컨버전스(융합)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서민호 사장은 “칩 설계시 MP3플레이어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PMP, 휴대폰, 전자사전 등 음성과 영상이 들어가는 멀티미디어 기기 시장을 보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MP3플레이어 프로세서업체들은 MP3플레이어가 수년내 휴대폰과 PC와 경쟁하는 디지털 기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프로세서도 기능의 복합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MP3플레이어가 디지털 기기의 주도권을 잡으면 국내 업체들이 인텔이나 퀄컴처럼 세계적인 칩메이커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디지털 기기는 휴대폰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컨버전스 분야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디지털 기기 시장을 석권하면 세계 컨버전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세계 시장 석권 ‘시동’=국내 MP3플레이어 프로세서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글로벌 세트 메이커와 복합 기술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 석권을 낙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MP3플레이어 시장은 올해 4800만대를 시장을 형성한 후 매년 45% 가량 성장,오는 2008년에는 8000만대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국내 MP3플레이어 프로세서업체들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향후 2∼3년 내에 국내 업체들의 MP3플레이어 프로세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삼성전자의 가세에서 기인한다. 세계 최대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판매와 MP3P 프로세서를 연계,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김일웅 상무는 “플래시메모리를 소비하는 MP3P 분야 모든 회사에 삼성전자의 MP3P 칩을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중”이라며 “전체적으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2위 텔레칩스는 올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하는 첨단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MP3P 프로세서 시장의 15% 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한 텔레칩스는 그동안 하이엔드 제품에만 주력해왔으나 제품군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MCS로직은 올해 2종의 칩을 내놓고 휴대형 MP3플레이어 칩 시장에서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음성·음악용 칩
MP3플레이어외에도 다양한 음성·음악용 칩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주도했던 음성·음원 칩 시장이 도전장을 낸 국내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플래시타입과 함께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차량용 오디오, 가정용 오디오 기기에도 MP3P가 보급되고 있으며 이 분야 역시 국내 업체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량에서 CD로 구운 MP3P 파일을 재생하게 하는 CDMP3P용 칩 설계업체로는 텔레칩스, MCS로직, 다믈멀티미디어 등이 있다.
3사는 2∼3년 전부터 차량용 시장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 들어 차량용 오디오에 MP3P 요구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가정에 거의 한대 씩 있는 오디오 기기에도 CD 또는 USB 드라이브를 사용해 음악을 듣고자하는 시장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JVC, 톰슨 등 외국의 주요 오디오 업계의 신제품에는 CDMP3 기능 및 USB 호스트 기능이 장착되고 있다.
특히 USB 드라이브를 외부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USB 호스트 플레이어 경우, 국내 업체인 텔레칩스가 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사실상 형성하고 있다. MCS로직도 관련 제품을 내는 등 국내 업체들이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
MP3P뿐 아니라 일반 오디오 기기들도 디지털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고급형 오디오 분야에도 참여하고 있다. 펄서스테크놀러지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꾸지 않고 직접 디지털로 증폭해 스피커를 울리는 첨단 앰프를 설계, TI와 ST마이크로 등 세계적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홈시어터 부문에서는 50% 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태광 등 국내 업체와 해외의 도시바, 켄우드 등에 제품을 공급중이다.
이외에도 오디오 앰프 분야에서는 쓰리에스테크놀로지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3D를 구현하는 ‘3S-MS211M’을 개발했으며 포인칩스도 D클래스 앰프를 내장한 3D 사운드 칩인 ‘PP330’을 선보이고 영업에 들어갔다.
MP3 음악뿐 아니라 전자 기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성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외산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실시중인 버스, 지하철 등의 신교통시스템 장치에 MCS로직의 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MCS로직의 음성 칩은 음성 내비게이션 등 각종 전자제품에 채택, 사용중이다.
음악 및 음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 음성 부분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벨소리를 구현하는 미디 칩에서는 일본 야마하 등에 대항해 국내 화음소, 펄서스테크놀러지, 포인칩스 등이 제품을 냈다. 이들의 제품은 주로 유럽향 휴대폰인 GSM 단말기에 채택돼 수출되고 있다. MP3P 휴대폰에는 텔레칩스가 국내외 주요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MCS로직도 휴대폰용 칩을 개발, 제품 공급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