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T의 초고속인터넷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정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사자인 KT가 반발하고 경쟁사인 후발사·SO가 환영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시장경제를 표방해온 정부가 규제의 잣대로만 시장을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 목표 달성 가능할까=정부는 KT를 초고속인터넷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면서 ‘시장 안정과 설비 기반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인터넷 이용률 세계 2위라는 화려한 외형과 달리 속은 가입자 쟁탈전에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탈피, 후발사업자를 육성해 설비기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ADSL의 신화를 재현해 내겠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요금 책정과 이용약관 위반 규제에 한정돼 있는 이 카드로는 정책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부가 이동전화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독주를 중단시키거나 불법 보조금 지급을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없었고, KT의 시내전화 점유율은 94%로 지배력은 여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권을 바탕으로 타 분야로 해당 사업자의 지배력이 전이되는 것을 적절히 막으면서도 신규 서비스 투자에는 경쟁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정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면서 “결국 정부의 정책 실력을 시험받는 검증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 어떤 규제 받게 되나=우선 그동안 자체적으로 수립해 신고만 해왔던 초고속인터넷 요금제를 정통부에 일일이 신고해야 한다. 종량제 등 요금제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현재 제공중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의 묶음 판매 등도 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나아가 초고속인터넷과 결합하는 이동전화, 와이브로, 방송 등의 서비스에 지배력 전이가 되는 지를 검토받게 되고 경쟁사업자들이 KTF 등 지분 관계가 있는 특정사업자와 번들 상품 개발시에는 경쟁사들에 개방해야 한다.
KT와 KTF가 함께 출시한 원폰의 경우,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도 같은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건이 따라 붙었다.
◇초고속인터넷 판도 변화 올까=일단 KT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정함에 따라 파워콤의 진출이 가져다 줄 충격의 상당부분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사업자들과 SO들 간 가격인하 경쟁이 전면에 떠올라도 KT는 정부의 규제로 참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시장이 마케팅 경쟁으로 비화돼온 데는 후발사업자에 대한 KT의 정면 대응(?)이 한몫 했다는 게 정통부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파워콤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현재 정통부는 파워콤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되 불법영업을 막는 허가조건을 추가할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 SO들이 기간통신사업자로 편입되면 본격적인 규제와 육성의 툴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정통부는 내다보고 있다. 통신위도 전문인력 강화를 통해 시장감시자로서의 역할 강화를 천명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통부와 업계의 시각이다.
◇새 서비스, 투자 활성화 여파 ‘주목’=하지만 문제는 투자 활성화다. 새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와이브로와 IPTV 등 신규 결합서비스가 규제의 틀에만 머물면서 설비기반 경쟁으로 가는 게 아니라 되레 시빗거리로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KT-KTF 원폰의 경우 개방을 요구했던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오히려 후발사업자들의 TPS를 촉진할 수 있는 당근 정책도 한 방법이다. ADSL 성공신화에서 하나로텔레콤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KISDI 한 관계자는 “지배적 사업자 지정만으로는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사업자 구도를 잘 살펴서 설비기반 경쟁으로 이끌 수 있는 신규 서비스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사진: 정보통신부는 KT를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약관인가대상(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겠다고 28일 밝혔다. 김동수 진흥국장이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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