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신문을 펼쳐들며) 오는 2020년께 나노미터 크기의 혈관 청소용 로봇, 즉 나노로봇이 등장해 사람 몸속 혈관을 청소한다고 하네. 허, 대단 한대!
B:나노로봇이라… 1나노가 10억분의 1미터라고 하던데 팔, 다리, 몸통, 머리를 감안하면… 나노로봇 키는 대충 10억분의 4, 5미터쯤 된다는 얘긴가? 그런데 10억분의 1미터짜리 부품들을 조립할 생산라인이 있긴 한 거야?
나노로봇에 관한 두 사람의 인식은 조금 빗나갔다. 적어도 ‘금속’ 소재를 사용한 몸통에 모터, 베어링 등으로 제어할 수 있는 팔, 다리를 붙여가며 만드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 물론 먼 미래에 극미세 기계시스템이 발달해 10억분의 1미터짜리 금속 기계 부품들을 짜맞출 수 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년∼50년, 아니 100년 내에 실현하기 힘들다는 게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2020년께 등장할 혈관 청소용 나노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금속으로 만든 기계시스템이 아닌 단백질 덩어리일 것이다.
우선 돋보기(전자현미경) 아래에 박테리아(세균)를 가져다 놓아 보자. 박테리아 1개 크기는 0.5∼1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박테리아는 밧줄 모양의 단백질 덩어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려가며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이 정도 크기 나노로봇이라면 약 150개가 사람 손끝 모세혈관의 한 지점을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박테리아를 어르고 달래 새로운 기능(로봇)을 발휘하도록 했다. 어르고 달래는 과정에는 △원자구조 재배열 △새로운 반응물질 흡수 △창고(세포) 열고 닫기 유도 등의 기법을 썼다. 이를 통해 성장 호르몬, 인슐린, 레닌(치즈 효소) 등을 만들었다. 이같은 원초적 형태의 인공 분자 기계가 곧 나노로봇의 출발점이다. 나노로봇은 앞으로 미세한 화학적 특성에 따라 더욱 고도로 제어할 수 있는 똑똑한 단백질 덩어리로 발전할 것이다.
사진; 투과형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박테리아 무리. 화살표는 분열중인 박테리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