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대형 영화제작사 중 하나인 싸이더스픽쳐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내부 조율에 들어갔다. 싸이더스픽쳐스는 코스닥 등록사인 싸이더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로, 영화계의 간판 스타인 차승재 감독이 대표로 있다.
KT는 그동안 그룹사를 총괄할 중장기 콘텐츠 전략 마련을 위해 △인수·합병 △지분 투자를 통한 판권 확보 △영화펀드 참여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실행 계획을 수립해 왔으며, 최근 싸이더스픽쳐스 인수에 대해 상당한 내부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거래 조건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KT가 모회사인 싸이더스 지분을 인수하거나 비상장 자회사인 싸이더스픽쳐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중이다.
KT가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iHQ를 인수한 SK텔레콤과 함께 막대한 자본력과 유무선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 시장 판도를 바꾸는 주도 세력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펀드참여·지분인수 확대=당초 KT는 그룹 내 콘텐츠사업 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 판권을 확보, 초고속인터넷·무선인터넷·와이브로·DMB 등에 ‘원소스 멀티유스’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는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어렵고 중장기 콘텐츠 전략 마련에 역부족이라는 대내외 지적이 많아 영화 펀드 참여와 지분 인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온 것.
KT는 싸이더스 외에도 강제규 감독이 참여하고 있는 엠케이버팔로(MKB)와 해외 메이저 영화사 등도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KT가 조만간 이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남중수 사장이 취임하는 8월께로 넘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협상 내용이 대외에 알려지면서 불리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 것. 이르면 오는 12일 임시주총 안건 확정을 위해 예정된 이사회에 이 안건도 함께 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인수·합병까지 생각하고 다양한 콘텐츠 업체와 협상을 진행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최종 확정은 하지 않았다”면서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KT, 종합콘텐츠그룹 되나?=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KT가 이 같은 시도를 통해 달성하려는 전략적인 목표에 관심이 쏠렸다. 또 국내 최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iHQ를 인수하고 영화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SK텔레콤과의 차별점도 관심거리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과 경쟁하면서 인수가만 높이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콘텐츠 산업계가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고부가가치 멀티 플랫폼 전략을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콘텐츠 업계에서는 “통신사업자의 풍부한 인프라를 통해 영화 콘텐츠 유통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한 콘텐츠 업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 같은 거대 자본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제2의 콘텐츠 벤처 거품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닷컴기업들이 콘텐츠 기업 인수에 나섰던 2000년 전후 상황의 재현을 지적하는 것. 특히 싸이더스픽쳐스의 행보를 보면 수많은 벤처자본과 인수·합병을 거듭해 와 핵심 가치가 남아 있겠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중장기 전략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실질적인 핵심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지 좀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싸이더스픽쳐스 어떤 회사인가?=싸이더스픽쳐스는 차 감독이 95년 설립한 우노필름이 모태로 ‘돈을 갖고 튀어라’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의 흥행을 통해 최고 인기가도를 달려왔다.
2000년 벤처기업 로커스홀딩스가 지분 55%를 인수하면서 연예·음반·영화 등을 총망라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 싸이더스로 재출범했으나 경영진 간 이견으로 iHQ·지나쇼비즈·싸이더스픽쳐스 등으로 각각 법인을 분리했다.
차 대표는 다시 2004년 코스닥 상장사인 보안솔루션 회사 씨큐어테크에 지분을 넘기면서 이 회사의 상호를 싸이더스로 바꾸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최근에는 ‘살인의 추억’ ‘내머리속의 지우개’ ‘말죽거리 잔혹사’ 등의 판권을 갖고 있다.
정지연·김민수기자@전자신문, jyjung·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