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가 진화한다](5)게이트웨이를 잡아라

 국내 복사기 시장 점유율 1위, 신도리코. ‘국산 1호’ 복사기를 개발해 신도리코의 역사가 곧 국내 복사기 역사로 불릴 정도로 사무기기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신도리코는 이달 초 중대 결정을 내렸다. 신도리코의 영업을 총괄하는 야전부대 격인 ‘신도사무기’의 이름을 ‘신도SDR’로 바꾸기로 한 것. SDR는 ‘솔루션·디지털·리노베이션’을 뜻한다. 신도사무기가 설립된 게 지난 67년. 무려 38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아예 복사기 업체 대신에 최적의 사무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팅 기업’으로 불려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경기 불황에도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신도리코의 갑작스런 변화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보수적인 사무기기 업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말 뿐인 변신이 아니라 사업 모델과 제품 라인 업을 180도로 바꾸고 있다. 회사의 자원인 인력도 전면 재교육중이다. 신도SDR는 사업 모델 변신을 위해 1년 전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IT와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고 소프트웨어 영업팀도 신설했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오피스 비즈니스와 관련한 게이트웨이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신도SDR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고집해 온 롯데그룹의 사무기기 업체 롯데캐논도 어느 기업 보다 먼저 ‘솔루션 복합기업’으로 탈바꿈을 선언했다. PC의 윈도·리눅스와 같은 복합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MEAP’이라는 플랫폼도 선보였다. 복합기 분야에서 OS를 선보이기는 롯데캐논이 처음이다. 롯데는 앞으로 주요 소프트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키로 했다.

 전통 사무기기 업체 뿐 아니라 HP·엡손·삼성전자 등 프린터 업체도 하드웨어 보다는 플랫폼 위주로 관련 사업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제품 라인업도 프린터에서 사무기기의 핵심으로 떠오른 디지털 복합기 중심으로 라인업을 늘려 가는 추세다. HP는 이미 하드웨어보다는 기업 사무환경에 맞는 최적의 오피스 솔루션을 제안하는 쪽으로 영업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삼성전자도 컬러와 고속에 초점을 맞춰 자체 디지털 복합기 신규 모델을 대거 선보이고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엡손도 복합기 라인업을 크게 늘리고 사무기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준비중이다.

 한국HP 조태원 부사장은 “디지털 컨버전스로 사무기기 고유의 시장 영역이 무너지고 IT와 결합한 고부가가치 솔루션 부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라며 “새로운 오피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