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자원을 빌려쓰는 ‘렌트 IT’가 성장기에 접어 들었다. 지난 2001년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가 이제 기업정보화 패러다임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며 올해 50만 가입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IT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렌트IT’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판한 전자신문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렌트 IT’ 시리즈를 게재해 좋은 호응과 함께 시장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번에 마련된 ‘유틸리티 컴퓨팅 시대 개막’ 시리즈는 지난해에 이은 2번째 연속 기획물로 15회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시리즈가 ‘빌려쓰는 IT’의 시대적 조류와 기능, 특장점 등을 소개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ASP 정보화로 효과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현한 성공사례를 집중 발굴, 조명할 예정이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표현 자체가 진부해진 요즘. 통신과 방송, 금융과 통신 등 각 산업과 서비스 간 ‘융합(컨버전스)’, 시공을 초월한 접근성으로 무장한 ‘유비쿼터스(u)’혁명이 우리 생활과 블루오션을 향한 기업 활동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보기술(IT)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invisible)’ 중추 신경망으로 자리잡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고 있다.
u시대 진입을 위한 통과의례가 된 기업 정보화는 전략 경영과도 긴밀한 결합을 이루면서 내부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더 이상 그룹웨어·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등 정보 시스템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IT, 소유의 시대가 저물다=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은 IT를 전화·수도·가스·전기 등을 잇는 제 5의 유틸리티로 탈바꿈시켰으며 이는 곧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솔루션을 선택하고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시대를 불러왔다.
그동안 자체 구축, 패키지 소프트웨어 구매, 아웃소싱 등 3단계에 걸친 정보화 과정을 겪은 우리 기업들은 최근 고도화된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이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를 이용해 ‘접속의 정보화’로 이행중이다.
접속의 정보화는 자체 IT시스템을 소유하지 않고도 한번의 접속으로 e비즈니스를 구현하는 ‘활용의 정보화’를 낳고 있다. 또 SW 산업 측면에서도 기존의 패키지 라이선스 방식이 아니라 사용료에 토대를 둔 공급방식이라는 점에서 유통의 혁명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접속·활용의 정보화는 특히 급속한 정보화로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에 큰 부담을 가진 30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갖는 정보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은 물론 안경점·태권도장·미용실 등 자영업자들도 필요에 따라 회계·CRM·세금계산서 등 다양한 솔루션을 ‘빌려 쓰는’ 시대가 왔다.
◇ASP 산업의 성장=ASP는 별도의 서버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지 않고도 네트워크를 이용해 ERP 등 솔루션과 콘텐츠를 활용, 기업의 비용·시간·인력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화 패러다임이다. ASP기반 ERP 활용효과는 자체구매(인하우스) 방식보다 50∼60% 이상의 기간 및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선진 경영 및 업무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도입, 대기업과 대등한 업무혁신과 e비즈니스 환경을 구현하는 전략적 툴로도 활용된다.
최근 미국 IT업계에선 CRM 분야 ASP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의 선전이 화제다. 다양한 기업규모를 가진 약 1만 5000개 고객사를 확보한 세일즈포스닷컴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642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두며 전세계 ASP업계의 벤치마킹 모델로 올라섰다.
우리 정부도 ‘e비즈니스 강국, 코리아’를 구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ASP 방식의 기업정보화를 상정하고 소기업네트워크화 사업과 업종별 ASP 확산사업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왔다.
지난 2001년 9월부터 시작된 ASP 정보화 사업을 통해 정보화 대열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현재 KT 비즈메카 등을 통해 50만 사업장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오는 2008년을 목표로 ‘100만 중기정보화 전략’을 수립, ASP를 차세대 기업정보화 및 고객 서비스 기술로 대두된 웹서비스와 접목함으로써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 창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기업정보화의 한류(韓流)=최근 1∼2년 새 선진국, 특히 유럽 국가에서 한국의 ASP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과 유럽연합(EU)은 우리의 중기 정보화 모델과 정책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각종 정보와 적용 사례, 정책방향 등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문화산업 분야도 제대로 뚫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다.
EU는 국내 ASP방식의 빌려쓰는 정보화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EU 회원국과 후보국에만 참여가 허용됐던 산하기구(eBSN)에 우리정부 담당자를 초청, 귀를 기울였다.
이에 앞서 OECD는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발간한 정보화 정책 보고서에서 글로벌 벤치마킹 모델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초고속 통신망과 이를 이용한 렌트IT 서비스를 소개했다.
최성호 정보통신부 지식정보팀 과장은 “지난 4년동안 국내 시장에서 빌려쓰는 정보화가 물꼬를 텄다면 오는 2008년까지는 100만 중소기업 정보화를 달성해 전세계적으로 명실상부한 정보화 대국을 일궈내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웹서비스와 모바일 기술을 연계해 정보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 관련 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 ‘렌트IT 프롬(from) 코리아’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웹서비스와 ASP의 만남
빌려쓰는 ‘유틸리티 컴퓨팅’의 핵심 이슈는 웹서비스와의 만남이다. 웹서비스는 기업 내 또는 기업 간 프로그램을 연동하는 기술 또는 활동을 뜻하며 IBM·마이크로소프트·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전세계 IT기업들이 치열한 플랫폼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분야다.
업계 전문가들은 ASP와 웹서비스가 접목됨으로써 기업 정보화 환경에 또 한차례 혁명을 불러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웹서비스는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와 SOAP·UDDI·WSDL 등 이기종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표준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PC·개인휴대단말기(PDA)·핸드폰 등 각 단말기 별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원하는 IT 서비스를 호출,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맛볼 수 있다. 한마디로 서로 다른 시스템의 정보와 서비스의 흐름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ASP가 웹서비스 기술을 채용할 경우 한번의 접속으로도 다양한 기업·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정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의 CRM을 ASP로 이용중인 미용실은 웹서비스 기술을 이용해 정보통신부와 민간 포털 사업자가 제공중인 우편번호 서비스에 접속, 고객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정통부는 오는 2008년까지 웹서비스 기반과 기술 환경을 조성, 유비쿼터스 사회를 조기에 실현한다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웹서비스 기반 ASP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약 311억 원이 투입돼 △시범확산 사업 △기반조성 △기술 및 표준개발 △경쟁력 제고 등으로 나뉜 세부 사업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초기시장 창출과 성공사례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과 공공시스템 간 연계·통합·공유 기술 확대, 민간 ASP 사업과의 접목 등을 골자로 한 확산사업이 진행된다. 특히 웹서비스 기반 ASP의 확산을 위해 우선 ERP·CRM·그룹웨어·SCM 등 기본 비즈니스 솔루션을 웹서비스 환경으로 전환하고 지불·인증·보안·결제 등 공동 활용 컴포넌트 개발로 이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기반조성 사업분야는 국가 웹서비스등록저장소(UDDI)와 웹서비스 센터 구축, 법제도 정비, 홍보 및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이 추진된다.
◆ASP 시장 현황과 전망
지난 2000년 직후 발표된 세계 ASP산업 성장률은 연간 89∼100%까지 예측되며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90년대 후반에 도입되기 시작한 ASP는 2000년 닷컴 버블기의 장미빛 전망과 과도한 시장진입으로 2002년까지 구조조정과 시장재편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200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확산기에 접어들어 현재는 사실상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시장 조사기관인 IDC는 ASP가 웹서비스와 결합되면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구조를 실현,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7년 4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가트너 보고서는 올해 IT분야 5대 이슈에 IT 유틸리티로 표현되는 ASP를 선정했다. 보고서는 2008년까지 미국 기업의 25%가 IT 유틸리티 서비스를 사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고도의 효율화 과정을 거쳐 오는 2010년까지 포츈 500대 기업의 25%가 공유된 IT 자원을 활용하고 기업 내 소프트웨어의 30%에 ASP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03년 조사된 ‘국내 ASP시장의 현황 및 보급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1071억 원 규모로 조사된 국내 ASP 시장은 2007년까지 연 평균 53%의 지속성장이 전망됐다. 이 같은 분석은 2003년까지 전세계 ASP 사업자 중 20%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가트너의 과거 전망을 빗겨 선 것으로 국내 시장이 2001년부터 시작된 정보화 지원사업에 힘입어 시장 노하우와 내성을 축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는 대형 ASP 플랫폼 사업자인 KT·데이콤·SK텔레콤 등과 전문 업체인 넥서브·키컴·가온아이 등은 물론 한국IBM·한국HP·한국오라클 등 다국적 기업까지 제휴선을 통한 직·간접적 시장 참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수요발굴과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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