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쪽박을 깨지는 말자

최근 PC방 과금정책을 놓고 넥슨과 PC방업체들 간에 벌어진 대규모 충돌사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게임업계와 PC방에 대해서, 그들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곰곰히 따져봤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지금처럼 각광받으며 전략 산업으로까지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게임개발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PC방도 빼놓을 수 없다. PC방업계가 게임산업 발전의 1등 공신이라는 사실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정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2만개가 넘는 PC방들이 영업을 하면서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소개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수많은 게임업체들이 PC방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

또 PC방은 단순히 게이머들의 안식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고용창출과 컴퓨터 보급 등 연간 3조원이 넘는 경제규모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어엿한 산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PC방에 대한 일반인과 게임업계의 시각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구멍가게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말로는 파트너라고 하면서도 정작 함께 의논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허다 하다. 하지만 상대가 힘 없는 존재라면, 그리고 장기적으로 서로가 윈윈해야 살아갈 수 있다면 더 이상 일방적인 강요는 ‘쪽박을 깨는 일’ 일 수 밖에 없다.

PC방업계는 사태가 이처럼 확산된 것의 원인이 넥슨측에서 일방적으로 요금정책을 변경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넥슨은 이번 요금정책이 매우 합리적이며 장기적으로 PC방업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느쪽 주장이 맞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PC방들이 달라진 요금정책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PC방업계를 위한 요금정책’이란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PC방들이 대규모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은 5년 만의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거리로 뛰쳐 나와 유혈사태까지 벌이며 싸우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넥슨의 주장대로 라면 달라진 요금제로 인해 넥슨이 얻는 이득은 별로 없다고 한다.

오히려 PC방들이 이득을 얻게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넥슨은 달라진 요금정책을 취소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논리적으론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거기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PC방 업계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또 PC방은 약자의 입장이다. 힘을 가진 자가 한발 물러서는 여유를 보여줄 순 없을까. 안타까움만 커질 뿐이다.

<김병억·취재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