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소들이 기업 곁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10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들이 그동안 캠퍼스 안에 연구소를 두던 관행에서 탈피, 기업체가 밀집돼 있는 산업단지에 설립하거나 아예 대학을 산업단지 인접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이 연구·개발(R&D)이나 산·학 협력을 위해 기업과 제휴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각 대학이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특히 구조조정 분위기에 휩싸인 지방대학에서 더욱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이외 지방대학의 경우엔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두뇌한국(BK)21 등 각종 정부지원 사업의 평가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대학 연구소의 탈캠퍼스’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캠퍼스에서 뛰쳐 나온 대학 연구소(센터)=전국 곳곳에서 대학과 산업계의 협력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또 아예 산업단지 인근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대학도 늘어나는 추세다. 표 참조
한양대학교는 지난해 말 성동구 상공회의소 소속 중소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교환, 이들 기업의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공동 개발을 하는 등의 협력을 추진중이다. 한남대는 대덕밸리내 대덕바이오커뮤니티 건물을 제2캠퍼스로 조성하고 세계적인 다국적 생명공학회사인 프로메가와 공동 R&D활동을 벌이고 있다.
◇캠퍼스가 산·학 복합단지로=대학 내에 기업을 유치하면서 캠퍼스를 산·학 복합단지로 조성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서울캠퍼스 내 창의관 건물에 LG전자 R&D센터, 도레이새한, 일진베어링, LG화학 기술연구원 등 기업 연구소를 대거 유치한 데 이어 수도권에 나노연구시설 설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대는 지난달 말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에 총 85억여원을 투입해 학교기업과 부품산업테크노센터 등이 입주한 산·학 캠퍼스를 준공했다.
박길문 조선대 산·학협력단장은 “산·학 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해 온 국내 대학들이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학이 기업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산·학협력 시스템을 도입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열쇠는=이 같은 대학들의 움직임은 바람직하긴 하지만 대학 연구소 위주가 아닌 기업 중심의 연구, 기업과 연구소의 공동 R&D 일상화 등이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다.
광주첨단산업단지 광통신부품 업체 박모 사장은 “대학 연구소가 기업 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대학은 기술이전을 통한 가치창출을, 기업은 상품화에 성공해 공존공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임승순 한양대 공대 학장은 “대학이 산업 현장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이 산·학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일선 교수들의 강의 부담·교통난 등을 고려한 실효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식조·윤아기자@전자신문 hskim·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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