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P셋톱박스 시장을 활성화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던 ‘KT IP셋톱박스 도입’건이 계속 늦춰지면서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홈엔(HomeN)’에 필요한 IP셋톱박스를 도입하기 위해 2차에 걸쳐 BMT를 실시했으며, 삼성전자·LG전자·셀런(구 티컴앤디티비로) 3개사가 BMT를 통과됐다.
하지만 가격차이 때문에 최종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초 7개사에 RFP를 발송한지 6개월째다.
알려진 바로는 KT가 대당 10만원대 후반을 원하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 주장하는 가격은 28만원선으로 대략 10만원 정도 차이가 있다. KT 관계자는 ‘계속해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주장. KT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당초 KT에서는 펜티엄 700㎒에 RAM 128MB, 플래시메모리 32MB, 허브 2포트 이상 장착에 MPEG4,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WMP) 9 등 고급사양을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KT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 판매중인 ‘홈엔 기본형’ IP셋톱박스 가격이 31만원이고, 서비스 대중화가 관건임을 감안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IP셋톱박스가 공급돼야 하기 때문. 업계가 요구하는 가격을 수긍할 경우 금용비용까지 합하면 현재 가격인 31만원과 유사해진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홈엔’ 서비스 시작과 함께 도입한 재고물량에 여유가 있는 것도 한 몫 거들고 있다. KT 관계자는 “‘홈엔’에 마케팅을 열심히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을 위해서 작년부터 상당수 개발인력을 투입해 왔는데, 손해막급”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정부가 나서서 셋톱박스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업계와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방편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