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통부 간담회는 HSDPA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상 가입자 유치실적이 저조한 WCDMA 활성화를 포기하고 업그레이드형 서비스인 HSDPA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지금까지의 WCDMA서비스(r4)로는 이용자의 욕구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EVDO에 만족해 왔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서비스(r5·HSDPA)가 가능한 시점에라야 서비스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속도조절 나선 정통부=지금까지 사업자들은 WCDMA가 EVDO에 비해 차별화 요소가 없다며 HSDPA 상용화 시점까지는 투자의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주장해 왔다. EVDO, WCDMA망에서 이용이 가능한 듀얼밴드·듀얼모드(DBDM) 단말기가 출시된 이후에도 다양한 단말기 출시가 안돼 가입자는 고작 3000명에 그쳤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시장이 없는데 신규단말기 출시를 할 수 있겠느냐며 버텨왔다. IT839전략 차원에서 WCDMA 활성화를 외쳐온 정통부가 이 같은 업계와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를 통해 정통부는 사업자의 논리와 시장상황에 대해 인정해 주고 속도조절을 하겠다며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올해 말까지 20만명, 5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하겠다는 사업자의 가입자 목표도 완화될 전망이다. 사업자 측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시장상황을 고려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예정된 네트워크 투자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단말기 출시 사실상 중단=내년 3월 HSDPA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기로 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예정된 2∼3종의 WCDMA 단말기 출시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KTF에 DBDM단말기를 11월경 공급하기로 했으며 SK텔레콤에도 하반기에 2개 모델을 새로 출시키로 했다. 하지만 WCDMA를 사실상 유보하고 HSDPA 업그레이드 단말에 집중키로 함에 따라 이 중 일부 모델은 출시가 취소될 전망이다. LG전자와 나머지 제조사도 HSDPA 시장이 열릴 때까지는 국내 서비스를 위한 신규 단말기 출시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WCDMA 4개 모델을 내놓아 2만개를 판매한 것이 전부”라며 “WCDMA 신규 단말기 개발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왔다”고 말했다.
◇아직도 과제 산적=내년 3월 이후로 미룬 HSDPA서비스 상용화가 예정대로 차질없이 시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HSDPA가 WCDMA에 비해 다운로드 속도가 7배나 빠르고 칩 업체들의 개발 로드맵이 나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따른 킬러애플리케이션이나 킬러콘텐츠는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이동시 24Mbps급 서비스가 가능한 와이브로가 상용화되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국면이 현실화된다. 사업자가 주장하는 CDMA와 WCDMA 간 번호이동에도 정통부는 아직 부정적인 태도다. 현재 010번호를 사용하는 1000만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WCDMA가입시 번호가 바뀌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기지국 로밍도 사업자 간 이견이 남아 있는 과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HSDPA와 와이브로가 동시에 시장에 나오면서 경쟁국면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결국 사업자들은 서비스 네트워크 간 경쟁과 단말기 확보라는 고민을 내년에도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사진: ‘WCDMA 활성화를 위한 통신업체 CEO 간담회’가 11일 진대제 장관 주재로 정보통신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조영주 KTF 사장, 김운섭 삼성전자 부사장, 안승권 LG전자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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