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위(2002)→13위(2003)→5위(2004)→?(2005)’
국제연합(UN)이 발표하는 ‘전자정부준비지수(e-government readiness index)’에서 우리 전자정부 서비스가 거둬온 성적이다. 이 지수는 세계 191개 UN 회원국의 전자정부 수준을 계량화해 비교 평가한 것. 지난해 한국은 미국·덴마크·영국·스웨덴에 이어 5위에 올랐다.
3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킨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정체 혹은 하락세를 면치 못 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급성장은 더욱 눈에 띈다. 아시아에서는 단연 1위에 올랐고 전체 1위 미국과의 점수 차를 2003년의 0.183에서 0.056으로 크게 줄인 점도 고무적이다.
UN 역시 2004년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성과를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특히, 전자민원서비스시스템(G4C)을 특집기사로 다루며 한국의 대국민서비스가 세계 최우수 사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전자정부서비스의 성공 이유로 △최적의 인프라 △정부의 강력한 의지 △이용자의 높은 수준 등을 꼽았다. 기본 인프라와 추진력에 수준 높은 이용자까지 가세하면서 우리 전자정부서비스의 급속한 발전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적의 인프라=우리나라는 전자정부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 80%에 육박하는 높은 PC보급률과 1208만 6836가구에 이르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3월 말 기준)는 전세계가 놀라는 우리만의 자랑거리다.
어디서나 초고속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은 곧 전자정부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극대화로 이어졌다. 과거 동사무소에 직접 방문해서 처리하던 각종 서류 발급을 이제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편하게 이용한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서 언제든지 민원서류를 뗄 수 있는 단말기를 발견할 수 있다. 전자정부서비스의 핵심이 ‘편리함’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곳곳에 깔린 관련 인프라는 전자정부 발전에 있어 천혜의 조건이다.
3700여만명에 이르는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우리 전자정부가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3.5세대 고속하향팻킷접속(HSDPA)·휴대인터넷 서비스 등 모바일 환경에서도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e정부를 뛰어넘어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u정부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전자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뭐니뭐니해도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전자정부는 수익사업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띠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일찍이 전자정부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지난 2000년 민원서비스 혁신사업인 ‘G4C(Government for Citizen)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정부조달(G2B) 활성화’, ‘시군구 행정정보화’, ‘인터넷 종합국세시스템’, ‘4대 보험연계시스템’ 등 수많은 전자정부 관련 사업들을 펼쳐왔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는 내년도 국가정보화 예산 책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획예산처가 책정한 내년도 정보화 분야 총예산은 3조1282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전자정부 구현사업에 올 해보다 17.2% 증가한 1조1254억원이 투입된다. 단일 사업 부문으로는 최대 액수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31대 전자정부 로드맵 사업’에 올해 대비 39%나 늘어난 3057억원의 예산을 요구하며 전자정부 고도화에 나섰다.
◇높은 이용자 수준=아무리 좋은 인프라와 훌륭한 서비스가 있어도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우리 전자정부서비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수준 높은 우리 국민이다. 높은 교육열과 PC·인터넷 활용능력은 우리 국민의 전자정부 활용도를 크게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 산하 전자정부지원센터(GCC)는 의미 있는 수치를 발표했다. 국민이 인터넷 민원창구(G4C)인 ‘대한민국 전자정부(http://www.egov.go.kr)’를 통해 하루 동안 민원서류를 신청한 건수가 1만 건을 돌파했다는 것. 2002년 11월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하루 기준으로는 최다 건수다.
G4C 서비스는 개설 초기 대민 홍보 부족 등으로 이용률이 예상보다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주민등록등·초본 등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민원서류 5종을 추가발급하면서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처음 시도하기가 힘들 뿐 한 번 이용해본 사람들은 편리한 전자정부서비스를 버리고 동사무소에 직접 찾아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전자정부 활용률은 앞으로도 지속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3강을 향해=우리 전자정부는 이제 세계 3강을 노린다. 정부가 ‘UN 전자정부 평가지수’를 올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3일 “‘UN 전자정부 평가지수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자정부 지수제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행자부를 포함해 관계 부처와 민간 전문가 등이 공동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는 UN이 평가대상으로 삼는 전자정부 관련 주요 홈페이지의 실태를 미리 조사하고 문제점을 발굴해 개선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또 상대적으로 낙후된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보완책도 마련한다.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UN 전자정부 평가지수’가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바로미터일 뿐 아니라 시스템통합(SI) 등 관련 산업의 해외수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지난 평가에서 우리 전자정부가 다섯 단계(착수→발전→상호작용→전자거래→통합처리) 중 통합처리 단계가 미흡했을 뿐 3단계까지는 미국과 함께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면 3강을 넘어 1위에 오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SI수출 촉진
전자정부가 시스템통합(SI) 산업의 수출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전자정부서비스가 해외에 소개되면서 관련 사업 수행 업체의 해외진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전자정부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SI업체 해외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2003년 시작된 ‘전자정부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정부가 해외 정부의 전자정부 구축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국내 기업이 준거 사이트를 확보하도록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와 비즈니스 계획 수립 등 초기 작업을 지원한다. 사업 주 타깃은 개발도상국이나 구소련 연방국가다.
예멘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주민카드(NID)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 사업을 삼성SDS가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년간 스리랑카·베트남·중국·도미니카·몽골·파키스탄·일본 등 14개국에서 14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삼성SDS가 100억 원 규모의 일본 사가현 지방전자정부 인프라 구축사업을 수주한 것은 실질적인 첫 결실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강남구청 모델을 일본 측에 적극 소개한 결과다.
현재는 예멘 내부무가 NID시스템 구축과 관련, 우리나라에 26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신청해 심사가 진행중이며 KT가 수행한 도미니카공화국 출입국관리시스템 구축 관련 프로젝트가 본사업을 협의하는 등 다양한 후속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전자정부가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해당 국가들이 대부분 차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리가 선행사업을 수행하더라도 본사업에서는 해외자본과 치열한 싸움을 펼쳐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해결할 문제다.
이에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수주지원단을 파견해 영업활동을 지원하고 외교부·정통부·산자부 등 유관부처 간 협력을 긴밀히 해 지원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체계적 추진을…
우리 ‘전자정부 사업’이 정부혁신 드라이브의 강력한 촉진제 역할은 물론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총괄조직의 부재와 정보화추진체계 간 연계 부족, 전자정부법의 미비 등 보완할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명승환 인하대 교수(행정학과)는 “우리 전자정부는 세계 5위권에 진입하고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뤘지만 전자정부를 의욕적으로 추진할 총괄조직 부재와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실무 시스템 결여는 시급히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명 교수는 또 “업무조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기획예산처와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보화추진위원회, 전자정부특별위원회 간 역할·기능의 중복이 여전해 법·제도 혼란과 집행력 결여 현상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인제대 교수(행정학과)도 국정수반의 리더십과 정보화 추진체계 간 연계 부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연계성 결여가 조정·통합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사안별·부처별 이견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투자중복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법체계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정충식 경성대 교수(행정학과)는 “현행 전자정부법이 법의 위상과 추진주체, 선언적 조항 등 부족한 점이 많다”며 “전자정부 관련 법체계의 통일성을 살리면서 기술보다는 행정혁신의 측면을 강조하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균별점
마케팅 ☆☆☆☆☆
기술 ☆☆☆☆
생산시스템 ☆☆☆☆
디자인 ☆☆☆☆☆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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