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현업의 입장에 섭니다.” “일선 부서와는 상보적이죠.” “내부고객 만족이 우선입니다.”
본지가 연초부터 ‘정보화사령탑’ 시리즈를 계속해오면서 많은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다. 이는 결국 CIO 입장에서 이 말처럼 지키고 실행하기 힘든 것도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심지어 업무상 가장 큰 걸림돌로 ‘CEO’를 꼽는 CIO도 있을 정도다.
GS리테일(옛 LG유통)의 왕영철 정보서비스부문(CIO) 상무(53) 역시 다른 CIO들과 같은 고민이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접근법과 해결책은 다르다.
왕 상무는 CIO 부임 직후 IT부문 직원들에게 현업과 논의할 때는 항상 그 기준을 프로그램이 아닌 ‘비즈니스’에 맞추도록 했다. IT부문 업무도 외부 위탁으로 대폭 돌렸다. 조직의 유연성과 정보자원의 가용성 확보 차원에서다. 이에 따라 100명이 넘던 정보화 담당 직원수가 2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조직 키우기에 혈안인 여느 CIO들과는 대별되는 행동이다.
특히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를 비롯해 GS슈퍼마켓, GS마트, GS스퀘어(백화점) 등 각양각색의 현업채널을 거느린 유통그룹이다. 따라서 왕 상무는 이들 현업파트 모두를 또 하나의 고객채널로 보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스스로를 ‘장사꾼’이라고 칭하는 왕 상무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다. 군 제대 후 곧바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왕 상무는 2년여의 기획·마케팅 업무 끝에 한국IBM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후 왕 상무는 줄곧 LG그룹, 기아자동차 등 산업체를 직접 상대하는 영업 일선에서 일했다.
처음 CIO 자리를 제의받았을 때 왕 상무는 난감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장사’만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을 통해 현업의 ‘가려운 곳’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천한 IT 경력를 보완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기더라구요.”
한국IBM에서 정식 이사회 멤버까지 올랐던 왕 상무는 안정된 자리를 나와 잠시 인터넷 벤처업체를 거쳐, 지난 2001년 GS리테일에 합류했다. 이후 내부 시스템 통합을 비롯해 재경 부문 전사자원관리(ERP), 점포관리시스템, 고객관계관리(CRM) 등을 구축했다.
이제 기본 인프라 구축은 끝났다고 판단한 왕 상무는 협력업체와 협업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행사최적화시스템 △실시간대응시스템(RTE) △무인POS시스템 등의 구축을 구상 중이다. 신규 IT프로젝트 역시 목적은 비즈니스 지원 강화에 초점을 두고 진행한다는 게 왕 상무의 설명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