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업계에 ‘우회상장(백도어리스팅)’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1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3년 4건에 불과했던 우회상장건수가 지난해 8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만 해도 9건을 육박하며 기록 경신중이다.
IP셋톱박스 전문기업인 티컴앤디티비로(대표 김영민)는 지난해 말 섬유업체인 세양산업 지분 45.34%를 인수, 주총을 거쳐 피인수기업인 세양산업에 흡수합병됐다. 올 3월 ‘셀런’으로 개명한 뒤 국내외에 IP셋톱박스를 대거 공급, 주가 부양에 성공했다. 2500원대의 주가는 최대 7000원대까지 올랐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솔트론은 지난 5월 코스닥 상장 SI기업인 세안아이티와의 흡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솔트론은 반도체 및 LCD검사 장비업체로 2003년 영업이익 24억4400만원의 영업이익과 216억1700만원의 매출을 거둔 업체. 솔트론은 지난 5월 18일 유비프리시젼(대표 김정곤)으로 상호를 변경해 주력산업을 반도체 및 LCD 검사장비로 바꿨다. 이 회사는 합병 당시 1450원으로 바닥을 헤매던 주가가 19일 현재 7600원대를 유지중이다. 올 8월 관리종목 해지를 앞두고 있다.
MP3플레이어 전문업체 엠피오(대표 우중구)도 우회상장했다. 전신인 디지털웨이가 지난해 8월 코스닥상장 콜센터업체인 예스컴 지분을 50억원어치 인수한 뒤, 예스컴 자회사로 편입됐다. 디지털웨이는 이어 예스컴 지분 1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선 후 사명을 엠피오로 변경, MP3플레이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01년 7월 코스닥에 입성한 SI업체였던 사이어스(대표 조승환)도 에프원과 합병했다. 외형적으로는 사이어스가 합병한 것이지만 사실상 에프원이 인수하면서 반도체·LCD장비 사업에 본격 가세했다. 엠피오를 비롯한 한국정보공학, 비에스이홀딩스(구 디지탈캠프), KDN스마텍, 에코솔루션, 유비스타 등 많은 정보통신기업이 우회상장을 완료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정보가전업체가 우회상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합병, 주식교환, 영업양수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타법인 출자’ 등이다. IPO에 직상장하는 방식보다 자금력을 가진 업체가 상장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시간 및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자주 이용되고 있다. 우회상장이 이어지자 증권가에는 아예 전담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생겼다.
김영진 리딩투자증권 M&A센터 상무 겸 M&A연구소장은 “코스닥 업체의 M&A 공시 중 3분의 1 가량이 이 같은 우회상장을 의미한다”며, “높은 양도세를 피할 수 있고 주식가치 제고가 가능해 업계 관심이 높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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