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여개 초·중·고교에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공공정보통신서비스(NIS)의 요금책정을 놓고 운영기관과 통신사업자가 팽팽히 맞서 파행이 우려된다. 본지 6월 28일자 6면 참조
22일 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기존사업자인 KT는 참여자격을 포기했으며 데이콤도 NIS팀을 해체,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중복투자 우려까지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직접 구축·운용해온 초고속국가망 사업을 종료하고 이를 전자정부망(국가기관)과 NIS(공공기관)로 전환해 사업자와 기관 간 자율계약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1만1000개 학교에 제공해온 연간 300억원대의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NIS 이용기관(학교)협의회를 주도하는 한국전산원이 제시한 가격에 KT와 데이콤이 반발, 갈등이 불거졌다.
◇쟁점 뭔가=요금인하와 경쟁도입이 쟁점이다. 전산원은 사업제안 가격으로 월 53만원을 제시했다. 현재 사업자가 받고 있는 81만원보다 크게 떨어진 이 요금수준이 KT와 데이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신상철 전산원 IT인프라구축단장은 “보조금 300억원 중 150억원을 이용자(학교) 측이, 150억원을 사업자 측이 부담하는 형태로 요금을 책정했다”며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전용회선 가격보다 낮아 사업자에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KT·데이콤이 독식해온 공공서비스에 SK네트웍스, 하나로텔레콤 등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해 경쟁구도를 만든 것도 반발을 부추겼다.
KT·데이콤 측은 “지금까지 원가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는 없다”며 “인프라와 사업능력이 부족한 신규사업자들이 특정 지역 위주로 경쟁구도를 가져가 가격만 낮춰놓고 나머지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기존 사업자가 서비스하는 형태로는 아예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반발했다.
◇사업자, ‘전산원 참여 시비’=사업자들은 전산원이 끼어들어 이용기관협의회를 이끌며 3%의 운영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을 문제삼아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학교·교육부 측과 직접 가격협상을 하겠다는 주장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전산원이 SK네트웍스 등 신규사업자를 진입시키며 요금수준을 낮추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전산원 측은 “이용기관협의회는 조직과 회계를 분리해 별도로 투명하게 운영하며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는 것”이라며 “수수료율은 점차 떨어지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전산원, ‘KT·데이콤 없이 일단 추진’=전산원 측은 22일까지 KT·데이콤이 참여하지 않으면 나머지 사업자들만으로 서비스가 가능한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현재 SK네트웍스·하나로텔레콤·온세통신·드림라인 등이 참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와 데이콤이 각각 9700곳, 1300곳으로 나눠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신규사업자만으로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또 6000억원을 들여 KT·데이콤이 구축한 망을 쓰지 않고 신규사업자들이 사업을 벌이려면 2000억원 규모의 중복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비스 개시시점인 내년 1월을 맞추기 빠듯할 수밖에 없다.
전산원 관계자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면 사업자 재선정과 가격조정이 필요하겠지만 학교의 공공성을 감안해 요금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를 볼모로 요금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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