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 물리적·시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동일한 업무 환경을 보장하는 모빌리티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빌리티가 기업경쟁력 강화의 핵심툴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모빌리티 컴퓨팅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와 업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선진 외국기업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연말까지 기획시리즈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모빌리티 컴퓨팅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점검한다.
세계적인 반도체업체 인텔은 지난해 80%의 임직원들이 노트북PC를 가지고 외부에서도 내부처럼 사내 인프라에 접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내에는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모든 곳에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고, 외부에서는 공공 핫스팟을 이용해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하드웨어, 모바일 네트워크 구축이 마무리되자 최근 인사 애플리케이션, 구매, 회의실 스케줄링 소프트웨어, 카페테리아 메뉴 및 피드백 양식 등 모바일 소프트웨어 대단위로 도입했다. 메시징 인프라 구축과 기기간 데이터 동기화를 위한 모바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도 도입됐다. ‘움직이는 사무실’인 모빌리티 환경을 구현한 것이다.
인텔 임직원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 물리적·시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사무실 내외부에서 동일한 업무 환경을 제공받게 됐다. 물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 인텔이 1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빌리티 환경 구현 후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조사를 보면, 일주일에 평균 업무 시간이 평균 2시간30분 가량 절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업무 종료시간이 과거에 비해 37.3%나 빨라져 여가 시간은 그만큼 늘어났다.
김성건 인텔코리아 이사는 “모빌리티 구축으로 업무 자율성과 업무 조정능력이 높아지면서 질적인 만족감이 높아졌다”며 “현재 업무 특성상 데스크톱PC나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는 회로설계 및 시뮬레이션 분석 분야에서 일하는 20% 직원들에게도 수년내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사무실’ 모빌리티가 성큼 다가왔다.
인텔,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모빌리티 환경 구현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두 네트워크에 온(On)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생산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무선통신 강국인데다, 국가 차원의 유비쿼터스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업들의 모빌리티 구축에 최적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컴퓨팅업계 모빌리티 전문가들은 “지금이 모빌리티 투자 적기”라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이 모빌리티 도입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선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석구 한국HP 상무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급진전으로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국내 모바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빌리티 구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IT업체를 제외하곤 세계적으로도 모빌리티를 구현한 기업은 많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선투자를 토해 모빌리티를 구현하면 모빌리티 경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텔 등 일부 업체들이 모빌리티 구현의 1단계에 해당하는 인프라 구축만을 완성한 상태다.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기술적 진보도 빨라졌다. 최근 인텔코리아·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HP·한국CA 등 주요 컴퓨팅업체들이 모여 모빌리티 포럼을 결성, 국내 기업들의 모빌리티 환경 구현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기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제품에 모빌리티 구현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출시되는 신제품들은 보안 등 모바일 기능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4사는 모빌리티 구축을 원하는 기업에 각사의 솔루션을 결합해 공급, 기술적인 걸림돌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축 비용도 유선에 비해 저렴해 졌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모빌리티는 기술 구현의 어려움으로 유선에 비해 구축 비용이 현저하게 많이 들었으나, 최근 기술 진보에 힘입어 비용이 크게 내려갔다.
김성건 인텔코리아 이사는 “3000명 직원이 있는 빌딩 당 와이어리스 인프라 설치비가 유선에 비해 구축 비용이 50% 가량 줄어들었다”며 “구축 비용은 더이상 모빌리티 확산의 걸림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모빌리티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투자재원의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모빌리티 구현에 따른 업무 증가 우려 때문에 조직원들의 거부감도 없지 않다. 국내에 모빌리티 구축 성공 사례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김찬성 정보산업연합회 전무는 “유비쿼터스가 기업들의 전산 환경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실시간 기업 구현이 가능해졌다”며 “경영 혁신을 위한 IT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때다. ‘움직이는 사무실’을 위한 전산 투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도입효과
모빌리티의 근간이 되는 무선 및 모바일 기술 도입 효과는 무엇일까.
시장분석업체인 메타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데스크톱 PC를 사용하는 직장인보다 모바일 환경에서 노트북PC를 사용하는 직장인 일주일에 평균 6시간 가량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메타그룹이 20여개국의 연매출 200만달러 이상인 300개 기업의 IT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노트북PC 사용 직장인들은 업무 결과에 있어 업무 효율성의 증가로 인해 데스크톱PC 사용 직장인보다 일주일에 평균 13% 이상 업무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데스크톱PC를 사용하다 노트북PC 사용한 직장인의 약 50% 정도가 모바일 적용 후 직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노트북PC 사용 직장인중 70%는 모바일 환경 도입 후 작업 위치 및 작업 시간의 유연성을 갖게 된 것을 가장 뛰어난 효과라고 평가했다.
메타그룹은 조사 자료를 토대로 대부분의 기업이 전산 인프라를 모빌리티로 이동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부분의 기업이 현재 이동이 잦거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향후 1∼2년내에 75% 지식근로자가 적어도 25% 업무 시간을 이동 중에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무 환경에 변화에 따라 직원들에 적절한 도구를 지급한다면 기업과 개인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빌리티가 구축 비용이 필요하지만, 최대 6∼12개월의 빠른 시간 내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도 언급했다.
메타그룹은 결론적으로 “지난 10여년간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이나 웹 컴퓨팅처럼 모빌리티는 향후 3∼5년내 비즈니스의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며 “모바일 솔루션의 도입을 미루는 기업들은 고객을 잃고,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쟁에 밀리게 될 것”이라며, 모바일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기고-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전무 cskim@fkii.org
이제 세상은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급격히 발전해 가고 있다. 물론 우리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상의 개선을 비롯해 전사차원의 경영혁신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는 있는 IT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산업계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업 IT 인프라스트럭처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 모델이자 탁월한 생산성 제고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모빌리티`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 및 활용 실태는 미흡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래 국가 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 있으면서도 이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절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할 사안이다.
우리 기업들이 모빌리티의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첫째,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모빌리티의 활용에 대한 인식부재를 들 수 있다. 대다수의 많은 기업들이 모빌리티의 도입을 전사차원이 아닌 특정 사업부서의 프로젝트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모빌리티의 생산성 제고 효과라든지 유사 관련업종의 다양한 성공사례가 충분히 홍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모빌리티를 비즈니스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성숙돼 있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IT 인프라가 모빌리티 환경으로 구축됐다면 유연하게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굳이 회사에서 사무를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각종 비즈니스 회의라든지 결재서류 때문에 장소의 구애를 받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유연한 조직운영과 협업의 용이성이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셋째, 보안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경우 도난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업 외부 환경에서도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기업 내부의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위험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비용 문제를 들 수 있다. 앞서 모빌리티의 인식부재 문제를 언급했는데 사실 기업에서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투자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모빌리티가 기존 IT 인프라에 비해 어느 정도 투자대비수익(ROI)이 있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최고경영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걸림돌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기술적인 문제는 이론상 완전히 해결됐다. 문제는 기업의 마인드다. 이제 우리 산업계의 모빌리티 활용은 한 기업만이 아닌 국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를 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모빌리티의 활용 차체만으로도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 적용에 적극적인 우리 산업계에서 모빌리티의 활용을 통한 기업 경쟁력제고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