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사 수출입담당 김영수 과장(37).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장(LC)처리로 골치 아파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가 현재 처리하고 있는 신용장 관련 업무라고 해야 기껏 인터넷에 접속, 잔액을 확인하는 정도가 전부다. 정부의 전자무역 인프라를 통해 LC관련 업무 대부분이 자동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LC뿐만 아니라 선하증권(BL)·원산지증명서도 마찬가지다.
김 과장은 또 지난 밤 고객사가 e메일을 통해 수출품 도착시점을 문의해와 인터넷에 들어가 곧바로 상품 도착예정일을 알려줬다. 정부의 통합시스템으로 현재의 상품 배송 상태 및 도착예정일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가정해 봤다. 그러나 결코 먼 미래는 아니다. 앞으로 3년 후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전세계 최고의 전자무역 인프라 국가 건설을 목표로 작년 말부터 2007년까지 300여억원을 투입, ‘e트레이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e트레이드 플랫폼은 정부가 단절없는 무역서비스 및 국가간 서류없는 무역 실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자전자무역위원회(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가 민간전자무역추진위원회(위원장 서정욱)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e트레이드 플랫폼이란=기업이 마케팅에서 결제에 이르는 무역업무 전반을 인터넷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싱글 윈도체계다. 기존 무역절차별 유관망을 효과적으로 연계한 새로운 개념의 ‘국가 전자무역 허브’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각각 진행하는 무역절차들이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24시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의 실무역할을 맡고 있는 전자무역추진센터 정윤세 사무국장은 “e트레이드 플랫폼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개별적으로 추진돼 온 무역자동화 업무를 기업들이 최대한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무역 강국 주춧돌=전자무역추진위는 플랫폼 구축으로 무역프로세스의 일대 혁신을 이룰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무역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무역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서류와 인증절차가 인터넷에서 온라인으로 처리,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또 무역 유관 기관의 정보를 한데 모으는 한편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전자무역추진위는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에 따른 정량적 효과를 산출한 결과 △프로세스 개선 △종이 문서의 온라인화 △무역업무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으로 매년 1조8189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을 통해 무엇보다 새로운 전자무역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수익구조 다변화에 따른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무역업체와 서비스업체의 개별 프로세스를 플랫폼과 연계하기 위한 솔루션 개발이 붐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전자무역업체인 매트릭스2B의 한학희 사장은 “고속철도(KTX)로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됐듯이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으로 이를 응용한 다양한 서비스 및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의지가 한 몫=세계 최고의 전자무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사업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국가전자무역위원회를 구성, 민간차원에서 결성된 위원회와 공조, 신속히 사업계획을 수립해 펼쳐 나갔다. 더욱이 일부 민간에서 국가 중심의 통합플랫폼 사용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하나의 윈도’를 통해야만 시너지 및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확신속에 과감히 전개했다.
이를 통해 현재 구축돼 있는 e-LC시스템에 대해 이미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끄는 등 이미 ‘월드베스트’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정윤세 사무국장은 “e-LC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구축한 것으로 미국·일본·대만 등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자무역혁신계획
정부는 작년 9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민관위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국가전자무역위원회’를 열고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을 핵심으로 한 ‘전자무역혁신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크게 3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2007년 말까지 진행된다.
1단계는 법·제도적 기반 마련 및 핵심인프라 구축이 목표로 작년 말 시작해 현재 마무리단계다. 법·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의 근거로 무역자동화법을 전자무역촉진법으로 전면 개정하는 내용이다. 현재 부처 협의를 마무리한 상태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 예정이다.
핵심인프라 구축으로는 전자무역문서보관소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으로 전자무역 문서의 보관·증명·유통이 가능해진다. 또한 △신용장(LC)을 전자적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e트레이드플랫폼과 은행권의 시스템을 연계하는 e-LC시스템 구축 △중소·영세 무역업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한 전자무역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전자무역포털 구축 △원산지증명(CO), 수입화물선취보증서(LG), 화물인도지시서(DO) 등을 포함한 주요 무역프로세스를 e트레이드 플랫폼 연계 등이 있다.
2단계는 서비스 확충 및 다른 유관시스템과의 연계가 골자다. 오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10개월간 진행된다. 수출입 부대비용 결제서비스 그리고 수출입요건 확인 업무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한 후 이를 전자무역서비스로 확충한 후 전자무역포털을 통해 다른 서비스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e트레이드 플랫폼의 전자문서보관소를 통해 보관 및 관리하는 각종 무역문서에 대해 제3자 유통이 활성화되도록 국가물류망 등 다른 시스템과의 연결도 진행된다. 이와 함께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의 기존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적하목록신고(MFCS) 등 무역업체가 아닌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무역관련 서비스와의 통합도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사용자 환경 고도화 및 해외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년 7월 시작해 2007년 말까지 1년 반동안 진행 예정이다. 모든 기업들이 웹서비스,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등 다양한 형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전자무역 네트워크 연계 및 전자무역플랫폼의 해외 수출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에도 나설 예정이다.
◆기고-서정욱 민간전자무역추진위원회 위원장
우리 경제는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무역의존도 20% 수준의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는 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유일한 버팀목이다. 올 상반기 수출은 1368억달러로 11%, 수입은 1240억달러로 14.7% 증가함으로써 128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고유가, 환율 쇼크 등 악조건에도 수출입이 안정을 유지한 것은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수출한 우리 기업들의 노고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2010년까지 교역량 세계 8위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의 수출은 공산품 위주에서 학술, 기술, 예술, 상술, 인술(human skills) 등을 상품화해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절차를 통합하는 탈바꿈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이 협동하여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무역프로세스를 혁신해 복합무역을 지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전자무역 혁신 3개년 사업’이다.
전자무역은 문서의 표준화, 인허가 절차의 전자화라는 차원을 넘어 고질적인 한국 무역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한다. 다시 말해, 전자무역은 시간·인력·비용 등 자원의 절감은 물론 기업의 지배구조와 업무처리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혁신하는 것이다.
그간 한국은 EDI를 기반으로 무역을 선진화했다.
이제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이에 걸 맞는 전자무역기반을 구축, 확산할 때가 왔다. 이를 위하여 ‘전자무역 혁신 3개년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같은 정부주도 기구, 동아시아 전자무역연합(PAA)·아시아-유럽전자무역연합(ASEAL)과 같은 민간기구와 함께 국가별 전자무역망(電子貿易網)을 연동하는 국제협력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의 전자무역 기반은 해외에도 알려지고 있다. 이를테면 무역 문서양식의 표준화, 전송방식, 보안기술 등 우리나라가 개발한 전자무역 솔루션은 외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을 외국이 채택해 운용하도록 새로운 수출상품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전자무역의 혁신에는 무역관련 기관을 비롯해 금융기관, 대소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국의 전자무역의 저변이 확대되고, 또 그 격이 높아져 총체적 국가경쟁력이 제고된다는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juseo@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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