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미국 하이테크 시장은 저가공세만 앞세운 중국기업에 만만치가 않았다.”
중국 IT산업의 맏형격인 화웨이(華爲)테크놀로지가 미국시장의 ’월드 스탠다드’에 적응하지 못해 수년 째 고전하는 중이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화웨이가 글로벌기업을 표방하면서도 과거 중국 공산당시절의 불투명한 기업문화를 버리지 않아 미국 시장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럽, 아시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오는 2008년 해외매출 목표를 100억달러로 높이는 한편 올해는 해외매출이 내수를 넘어선다는 글로벌 IT기업의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통신시장인 미국에서 화웨이가 올린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 2001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SBC커뮤니케이션. 벨사우스 같은 메이저 통신회사와 단 한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아직은 시스코나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아성에 명함도 못내미는 수준이다. 이 신문은 화웨이가 미국시장에서 저지른 실수를 지적하면서 해외진출을 꿈꾸는 다른 중국기업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지실정에 어두운 중국식 마케팅=미국 시장 진출초기, 화웨이 경영진은 현지 고객들이 중국식 회사명을 발음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별다른 고민없이 퓨처웨이(Future Wei)란 미국식 회사명을 만들었다. 문제는 화웨이의 미국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퓨처웨이란 신규 브랜드의 도입이 고객들에게 혼선만 초래했던 것.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가장 중요한 회사명을 스스로 이원화시킨 것은 상식 이하의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또 저렴한 가격 경쟁력만으로 미국 통신시장을 뚫으려한 것도 잘못이란 분석이다.
SBC커뮤니케이션. 벨사우스 같은 유명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기 전에 몇달간의 성능시험과 신뢰성검사를 거치는게 상식인데 화웨이의 영업담당자들은 중국식 가격담판에만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남의 기술도 내 것=화웨이는 미국시장 진출과정에서 선진기업과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종종 무리수를 저질렀다. 이런 행보는 여러 건의 특허침해소송과 기술절도 의혹으로 이어져 결국 화웨이는 막대한 이미지 실추와 영업상 손해를 입었다. 한 미국인 기술자는 화웨이의 입사 인터뷰 과정에서 중국인 기술자 수십명이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정보만 쉴새없이 질문하며 메모하는 황당한 경험 끝에 다른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이밖에 외국법인의 CEO로 중국인만 고집하고 외국인 직원은 주요 정책결정에서 배제하는 등 글로벌기업으로서 화웨이의 미숙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AWSJ는 과거 일본과 한국기업의 사례처럼 중국기업들도 미국식 월드스탠다드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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