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이 오늘 10살 생일날을 맞이했다. 1995년 8월 1일 4시간짜리 짧은 첫 판매방송으로 시작돼 이제 초등학교 3∼4학년이 된 셈이다. 유통업계 사상 유례가 없는 초우량 성장을 거듭, 방송 개시 7년만에 시장 규모 1조원을 돌파하고 이후 2년만에 4조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개 업체가 앞서기를 해오다 5개 업체 경쟁체제로 전환된지도 5년째에 접어들었다. 케이블TV의 좁은 바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과 뉴미디어 전략 등을 추진하면서 제 2의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TV홈쇼핑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본다.
“안녕하십니까. 39쇼핑입니다.”
1995년 8월 1일 오전 9시. TV홈쇼핑 개막을 알리는 쇼호스트 첫 멘트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날 39쇼핑(현 CJ홈쇼핑)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시험방송을 통해 상품판매를 시작했다. 또 다른 TV홈쇼핑업체인 한국홈쇼핑(당시 LG그룹 계열, 현 GS홈쇼핑)은 같은 해 8월 15일까지 색 보정용 시험방송을 송출했으며 16일부터 하루 4시간씩 판매방송에 들어갔다.
TV홈쇼핑은 오늘 열돌 생일을 맞이했다. 초기 39쇼핑·한국홈쇼핑 등 2개 업체로 출발한 TV홈쇼핑은 2000년 CJ그룹이 39쇼핑을 인수하면서 대기업 계열 경쟁구도로 전환됐다. 이후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2001년 3개 사업자가 추가 승인돼 2001년 9월 1일 ‘농수산 TV’, 같은해 9월 15일 ‘우리홈쇼핑’, 두 달 후인 11월 19일 ‘현대홈쇼핑’이 마지막으로 개국하면서 5개사 체제로 접어들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케이블TV를 통해 상품판매를 한다는 생경한 방송을 시작한 지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출범 첫해 시장규모 34억원에서 2년 만인 1997년 1000억원 돌파했고 태동 5년 후인 2000년에 1조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7년만인 2002년 4조원을 넘어서면서 백화점·할인점 등과 함께 국내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TV홈쇼핑은 출범 이듬해부터 두 자리 수 이상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다 2002년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퇴조했다. 2003년 전년대비 3% 성장으로 성장세가 꺾이면서 지난해 처음 4% 감소했다.
케이블TV 가시청 가구수가 1천만을 넘어서 정체 현상을 빚으면서 시청가구 자연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가 신규 3개사가 등장하면서 한정된 시장 내에서 출혈경쟁이 시작된 것. 특히,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신용카드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홈쇼핑 결제 90% 이상이 신용카드라는 점에 기인한 결과다. 이후 수익성 높은 상품 위주로 상품구성을 전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올해 상반기 소폭 상승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표 참조
◆해외·뉴미디어 개척, 미래 10년
TV홈쇼핑 업계들은 올 들어 성장전략을 구체화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획 모색을 통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향후 10년간 주요 사업 테마로 잡은 미래 성장 키워드는 △해외사업 △뉴미디어 등이다.
세계적으로 앞선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홈쇼핑이 중국 충칭, CJ홈쇼핑이 중국 상하이, 현대홈쇼핑이 중국 광저우, 우리홈쇼핑이 대만에서 각각 홈쇼핑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 진출 거점을 기반으로 중국 내 기반을 계속 확대하거나 태국 등 동남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뉴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t커머스와 인터넷쇼핑. 이 중에서 t커머스를 미래 핵심 육성 사업으로 꼽고 있다. 지난 3월 방송위원회로부터 5개 홈쇼핑업체가 ‘상품판매형 데이터 방송채널 사용사업자(t커머스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t커머스 사업자에는 TV홈쇼핑 사업자 외에 5개 통신업체, 유통업체 등이 포함돼 모두 10개 사업자가 선정돼 TV홈쇼핑에 비해 2배의 경쟁지에서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이보다 앞서 진출한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는 이미 업계 선두권에 진입하는 등 빠르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GS홈쇼핑의 GS이숍(http://www.gseshop.com), CJ홈쇼핑의 CJ몰(http://www.cjmall.com), 현대홈쇼핑의 H몰(http://www.hmall.com), 우리홈쇼핑의 우리닷컴(http://www.woori.com) 등을 운영, TV홈쇼핑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각 사업자별로 모바일 시대에 대비한 M커머스, DMB, IPTV 등에 대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뉴미디어에 걸맞은 쇼핑 사업을 추진, 미래 유통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t커머스 지금 어디까지 왔나
지난 3월 10개 t커머스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5개 TV홈쇼핑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른 행보에 나섰다.
CJ홈쇼핑·GS홈쇼핑 등은 연내에 디지털 양방향 홈쇼핑 방송 서비스 실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CJ홈쇼핑은 현재 케이블TV 양천방송을 통해 t커머스 안정화 테스트와 시연을 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본 방송을 송출할 계획이다. GS홈쇼핑도 연내 본 방송을 실시키로 하고 시스템 개발을 마친 상태다. 나머지 사업자들도 MSO들과 제휴를 맺거나 추진하면서 늦어도 내년 중반까지 t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CJ홈쇼핑은 계열사인 CJ케이블넷과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GS홈쇼핑은 MSO인 KDMC와 진행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BIS넷, 농수산홈쇼핑은 에어코드와 손을 잡았으며 우리홈쇼핑은 전략선 확보를 위해 대형 MSO에 제안서를 송출한 상태다.
TV홈쇼핑 업계는 전체 가구수의 30% 가량이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0년경에 t커머스형 홈쇼핑이 현재 일방향 홈쇼핑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업체들은 이때를 대비해 사업 추진 일정을 맞추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사업자들이 방송에 들어가 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2007년께부터 리모컨으로 상품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주문과 결제까지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t커머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고-TV홈쇼핑 10년에 즈음하여…
:임영학 한국온라인쇼핑협회장 겸 CJ홈쇼핑 대표이사부사장
지난 1995년 8월1일 국내 처음으로 케이블TV를 통해 상품판매를 시작하면서 태동한 TV홈쇼핑 산업이 오늘로 꼭 10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국내 유통산업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속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이처럼 TV홈쇼핑 산업이 고속 성장한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TV홈쇼핑의 특성을 들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줌으로써 중간 유통마진을 절감해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다.
쇼핑의 편리성도 성공요인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이 시간적인 손실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비해 TV홈쇼핑은 안방에서 전화 한 통화로 빠르고 편리한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산업, IT인프라도 큰 몫을 담당했다. TV홈쇼핑은 배송이 필수적으로 가가호호(家家戶戶)로 연결되어 있는 물류 인프라와 함께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내 IT산업이 TV홈쇼핑의 방송-콜센터-배송시스템에 적용됨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TV홈쇼핑은 지난 10년간 우리 생활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도 자본력과 마케팅력의 열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상품정보 제공과 판매를 해결해줌으로써 판로확대에 도움을 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TV홈쇼핑 산업의 등장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MD·PD·쇼호스트·텔레마케터·택배요원 등 새로운 직업군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고용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쇼핑의 편의성으로 인해 쇼핑시간의 단축이 가능해 일상생활에서 레저, 문화활동 등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어,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최근에는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에 과소비와 충동구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TV홈쇼핑 업체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받아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 같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방송편성표 공개 등과 같은 계획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소비자 지향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내 TV홈쇼핑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TV홈쇼핑의 원조이자 세계에서 TV홈쇼핑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 TV홈쇼핑 업체들보다도 기술이나 마케팅 측면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어, 역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TV홈쇼핑 업체들은 중국과 대만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제 국내 TV홈쇼핑 산업은 지난 10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데이터방송, IPTV, DMB등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와 신기술을 어떻게 앞서 접목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 TV홈쇼핑 산업이 성공적인 글로벌화와 함께 신 채널 등장에 따른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대로 포착해, 세계 표준의 척도가 될 날도 머지않아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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