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가서 한 장을 주면서 3시간 동안 심사를 요구합니다. 평가비도 시간당 4만∼7만원으로 대략 15만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국내 기술평가기관 여러 곳의 외부 평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평가서도 매우 부실할 뿐만 아니라 평가비도 전문가를 초청한 것에 비해 너무 적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처럼 국내 기술평가기관의 평가가 매우 형식적이며 부실하다. 소위 ‘옥석’을 가리기보다는 ‘형식을 갖추고 괜찮아 보이는 기술’을 찾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 인력풀이 필요하다=전문가들은 우선 신기술을 찾을 수 있는 전문가 인력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술평가기관의 상당수가 우수한 기술평가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문기술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외부 기술평가 인력을 활용하는 곳 역시 대학교수 등 한정된 인력에만 심사를 요청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들을 통해 급박하게 변하고 또한 수시로 등장하는 신기술을 좇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숭실대 이남용 교수는 “기술이 워낙 다양한 데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살아 움직이듯이 발전하는만큼 이런 기술들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며 “내부 인력 그리고 연구계 등에서 실제 관련 업무를 펼치고 있지 않은 사람이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실제로 국내에 기술평가를 통해 보증업무를 펼치고 있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전문인력 1인당 연간 평균건수가 310건(2004년 기준)을 넘는 등 기술가치 평가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평가 조직의 전문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기업 컨설팅업체인 ATG의 배재광 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 유관기관과 비교할 때 조직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며 “최근 일부 평가기관에서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평가, 투명성 확보도 관건=기술평가 심사를 받은 업체들의 공통된 불평은 ‘평가 기준이 무엇이냐’다. 평가결과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사를 받은 업체들은 단지 회사가 작고 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에 떨어진 것이 아니냐고 불평한다.
모 벤처업체의 장 모 사장은 “나름대로 평가기준이 있겠지만 누구든지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평가자들이 말로는 매출과 설비 현황은 참고만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업체의 대표도 “기술평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평가를 했으며 특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 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실명제와 책임제를 도입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사진: 신기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술 전문인력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기술가치평가 및 기술금융정책포럼’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