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IT형제는 용감하다"

[사람과 기업]"IT형제는 용감하다"

강우춘 노키아코리아 사장(57세)과 강익춘 주니퍼네트웍스코리아 지사장(45세). 두 사람은 IT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외국계 기업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형제다. 물리적으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2살로, 띠 동갑.

 하지만 IT분야에 뛰어든 이후 이들 형제의 관계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무쌍한 발전만큼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12살의 나이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고, 어엿한 삶의 동반자가 됐기 때문이다.

 형은 노키아 네트워크 통신장비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동생은 주니퍼의 대형 라우터를 한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강우춘 사장은 3남 2녀 중 맏형이고, 강익춘 사장은 5남매 중 막내다.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과는 사촌지간이기도 하다.

 형과 동생은 IT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과거 학교생활에서부터 성격, 가치관 등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컬러가 뚜렷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꼼꼼한 성격인 강우춘 사장은 서울대, 스탠포드 공대, 해군 장교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모범생이었다. 안경수 한국후지쯔 회장, 진대제 정통부 장관, 이희국 LG전자 CTO 등이 강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유학을 했던 사람들이다.

 반면 동생 강익춘 사장은 어릴 적 적잖이 말썽을 피우기도 했으나, 미국 유학을 통해 인생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주니퍼네트웍스 한국 지사장을 맡은 지 3년째인 강익춘 사장은 IT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주위에 늘 사람들이 붐빈다.

 이런 캐릭터를 지닌 형제가 오랜 만에 한 테이블에 같이 자리를 했다.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됐다”면서 “하지만 누구의 동생, 누구의 형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바라보는 시작은 다소 부담스러웠다”며 동종업계에 몸담고 있는 형제의 고충을 털어놨다.

 법조인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형과 동생이 모두 IT를 선택한 것은 미국 유학 후 AT&T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뤄졌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형과 동생의 관계는 IT업계에 몸을 담은 이후 흥미롭게 변화발전해 왔다.

 ‘부모 같은 형, 불안한 동생’의 관계는 지난 10년 동안 ‘같은 회사 동료’ ‘직접적 경쟁상대’ ‘갑과 을’의 위치 등 사회적 위치에 따라 변해 왔다.

 사실 12살, 띠 동갑이라는 나이차이로 인해 강우춘 사장은 동생 강익춘 지사장에게 형이자 부모와 같은 존재였다.

 동생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부모님 대신 당시 대학생이던 강우춘 사장이 학교에 참석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 건축가의 꿈을 품었던 강익춘 사장은 대학 입학 전 형의 조언에 따라 컴퓨터 사이언스라는 전공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AT&T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형이 90년대 중반 들어 모토로라로 회사를 옮기면서 AT&T에서 근무중인 동생과 무선 이동통신시스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사람의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SK텔레콤의 전신인 KMT 조달 입찰장에서 경쟁자로서 마주친 적도 있었다”며 “이후 동생이 한솔PCS 전략기획실장으로 옮기면서 을의 위치에 놓이기도 했다.”(형)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지금도 가끔 만날 일이 있어도 사업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동일한 직장에 근무할 당시와 경쟁자 위치에 있을 때에는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며 “그래도 과거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동생)

 최근 들어 강우춘, 강익춘 형제는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구분을 못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글로벌 통신시장의 발전과 함께 두 사람의 12살 나이 차이도 시간의 흐름에 묻히고 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