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방형 직위 여전히 `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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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개방형 직위제’로 시작된 공직 사회 개방화 물결은 내부 혁신 움직임과 공무원 조직의 민간 기업 벤치마킹 분위기와 맞물려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장급에만 적용해온 개방형 직위를 과장급으로 확대, 대상 직위를 지금의 2배인 3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 각 부처가 5급 사무관 신규 인력의 절반까지 자율적으로 특채하는 ‘부처 자율 채용제도’가 도입된다. 혁신위도 최근 ‘공직 개방 확대 방안’을 확정, 민간 전문가의 공직 진출을 최대 50%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직위제는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의미다.

 ◇개방형 직위제 여전히 좁은 문=4일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부처 내 개방형 직위는 152개로 이 중 140개 직위에 대한 충원이 완료된 상태다. 140개 직위 중 민간 전문가에게 돌아간 자리는 총 56개. 3분의 1 정도만이 외부 인사가 선임됐고, 여전히 내부 또는 타 부처의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인사위 관계자는 “개방형 직위는 통상 1∼4급”이라며 “부처 내에서도 비교적 고위직에 해당되는만큼 전문 지식 못지않은 행정 경험이 중시되기 때문에 완전 경쟁을 치른다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중앙부처의 개방직 공무원 채용에 응모했던 한 대학 교수는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얻어도 인사권자인 해당 부처 장관의 의중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며 “개방형 직위제가 자칫 사전에 낙점된 내부 인물 선정을 위한 요식 행사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IT 조직 찬반 더욱 엇갈려=정보화담당관직에서 개방직에 대한 찬반 양론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반 행정직보다 IT 분야는 전문직인 데다 민간 기업이 IT 활용에서 앞서 있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 영입 효과가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 부처 정보화담당관(서기관)은 “IT 업무는 현업 부서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외부 인사가 이를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외부 인사의 능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부서 순환이 가능한 행정직과 달리 승진 기회가 한정돼 있는 전산직 공무원이란 조건 때문에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보화 관련직을 개방직으로 운영하는 부처는 환경부를 비롯해 건교부·기획예산처·문화부·산자부·통일부·기상청·해양경찰청 등 15개 내외. 이 중 정식 조직으로 정보화담당관직을 두고 개방직위를 활용하는 부처는 8개 정도다.

 ◇안정적 임기 보장·열린 사고 절실=민간 기업 출신으로 2년 계약 기간 중 1년을 채 안 남겨두고 있는 중앙 부처 정보화담당관은 “큰 무리 없이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업무 수행 능력이 어느 정도로 평가받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전임자가 잡아놓은 기획과 예산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했고, 올해 비로소 내년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짜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성과에 따라 1, 2년 재계약을 할 수 있지만 재신임을 받을지는 가봐야 아는 일이다.

 이처럼 개방형 직위제도가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출된 외부 인사가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계약 기간이 2년인데 이를 3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수 인력의 영입이 조직 문화 전체를 쇄신하기에는 역부족인만큼 기존 조직원들의 열린 자세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이를 독려하는 부처 장관의 인식이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정부통합전산센터 파견 공무원은 “일이 삐걱일 때마다 일선 부처에서는 추진단장이 민간에서 왔기 때문에 조직 생리를 모른다고 말한다”며 “이야말로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만드는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행자부와 예산처 등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한 위금숙 위기관리연구소장은 “부처 공무원들은 조직의 이해관계에 함몰돼 객관적인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민간 출신 역시 정책 집행과 행정 조율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두 집단 간 조화로운 상생모델 발굴이 공직 개방 확대에 앞선 과제”라고 밝혔다.

 신혜선·류경동기자@전자신문, shinhs·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