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T TV "죽느냐" "사느냐"

LCD·PDP TV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브라운관(CRT) TV에 대한 조기 퇴출론이 나돌고 있다. LCD와 PDP TV 등의 가격이 인하되고, 브라운관 TV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는 슬림형 CRT, 저가형 제품이 등장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가 미국 시장에서 소형 디지털 CRT TV가 2012년까지 존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32인치 이하 개인용 TV 시장에서 CRT TV의 존속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디지털 CRT TV의 존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저가형 디스플레이라는 점이다. 32인치 이하 소형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가 낮아, 규모의 경제 실현도 용이하다. 향후 5년간 LCD와 PDP 등 다른 디스플레이의 지속적인 가격하락이 예상되지만 CRT를 위협하기는 어렵다.

 저가형 CRT TV 시장을 가능케 하는 곳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해 디지털 TV방송 표준을 결정하고 나면 중국 시장은 CRT TV 각축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업체들은 이미 중국 내 CRT TV 생산공장을 이전했으며, 상당부문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저가형 TV를 양산해 낼 경우 중국을 비롯한 인도 등 동남아시아에 대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CRT 및 CRT TV 생산국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슬림형 디지털 브라운관 TV도 CRT TV의 생명줄이 되고 있다. 슬림형 TV는 기존 브라운관에 비해 두께를 작게 만들어 공간활용도를 높인 제품. 그러나 가격에서 기존 브라운관 TV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숙박업소용, 독신자용, 원룸용, 개인용 TV 시장으로의 확산이 높게 점쳐진다.

 조성선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정보조사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형 디스플레이에서 저가형 CRT TV의 존속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틈새시장만으로도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0%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