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마케팅, 돈 버리는 마케팅](2)투명성과 신뢰성

한때 ‘아햏햏’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인터넷을 종횡무진 누비던 ‘햏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폐인이라 부르며 ‘주침야활’ ‘삼시면식’ ‘햏언수행’이라는 수련과정까지 만들어 이른바 ‘득햏’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기를 끌었던 쌔우다(무엇을 하다)나 방법하다(혼내주다)와 같은 속어도 이들이 만들어낸 창조물들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비주류 문화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독특한 문화코드는 사이버 세상을 지배하는 주류 문화로 급부상하면서 바깥 세상에서도 위세를 떨쳤다. 이는 인터넷이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사회가 인터넷 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필요성을 제기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성과로 ‘사회적 투명성의 증대’를 꼽았다. 크게는 전자정부 구현 및 기업의 경영공시, 작게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을 통한 개인의 사생활 공개에 이르기까지 투명성은 인터넷 문화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이자 존립 기반이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투명성의 증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개똥녀’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경우에 따라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인터넷 환경에서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는 절제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폭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통해 부패없는 사회를 정립하는 것은 이상적인 꿈이지만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감시하는 투명 사회라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네티즌들이 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스스로를 절제하도록 이끄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책임이다.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비즈니스의 규모는 300조원으로 지난 2000년 58조원에 비해 5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대기업의 52.7%, 중소기업의 39.2%가 e비즈니스를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e비즈니스 분야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신뢰성’을 꼽는다. e비즈니스는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친하다고 외상거래가 성립되는 특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신뢰를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e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정부 규제가 아닌 업계가 자율적으로 불건전한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직 과도기 단계에 있는 e비즈니스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탈법적 상업행위는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결국 e비즈니스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인터넷 문화와 e비즈니스 문화를 따로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 투명성과 신뢰성은 인터넷문화에서도 e비즈니스 문화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

김종윤기자@전자신문, j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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