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명분을 잃고선 곤란하다

‘넥슨이 싫다고 나라까지 팔아먹을 것인가.’

인터넷PC문화협회가 최근 중국 온라인게임 ‘카트레이서’를 국내 서비스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비난과 분노가 빗발쳤다. 중국 88조이닷컴이 개발한 ‘카트레이서’는 넥슨의 ‘카트라이더’와 타이틀명도 비슷할 뿐 아니라 게임방식과 캐릭터, 배경 등을 거의 베낀 표절작으로 의심 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PC방 요금정책으로 넥슨과 마찰을 빚어온 인문협이 이같은 초강수를 들고 나오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겠다’며 흥분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인문협측은 “88조이닷컴과 중국게임 국내 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을 뿐, 어떤 게임을 국내 서비스할 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88조이닷컴 국내 파트너인 VK측도 “표절의혹을 싸고 있는 ‘카트레이서’를 국내 소개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인문협과 VK의 해명대로라면 아직 결정된 것도 없는 사실을 놓고 언론과 네티즌들이 침소봉대하며 흥분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문협측이 왜 하필 넥슨과 마찰로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농후한 카드를 슬며시 꺼내들었느냐는 것이다.

인문협측은 88조이닷컴과 제휴한 뒤 ‘카트레이서’를 국내 서비스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 ‘카트레이서’와 ‘카트라이더’의 캐릭터 외형은 모두 ‘마리오카트’와 유사하므로 넥슨측에서도 표절문제를 적극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최근 인문협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게임업체와 문제만 생겼다 하면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들어 너무 과도한 이익단체라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게임사와 인문협의 갈등을 양비론적 시각이나 이전투구로 몰고 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생존권 사수차원에서 투쟁하는 인문협 관계자들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네티즌이 인문협과 88조이닷컴 제휴 소식에 흥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싸움은 명분이 중요하다. 가뜩이나 이전투구로 비쳐지는 싸움일수록 더욱 그렇다. 인문협이 진정 회원 PC방의 생존권을 지키고, 게임사와 PC방의 상생을 원한다면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자세가 절실하다. 최근 인문협의 다소 거침없는 행동에 대해 ‘상생’보다는 ‘공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