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몬은 인큐버스, 흡혈귀, 마녀 등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이자 존재다(데몬과 데빌, 악마, 사탄 등은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른 의미이며 지칭하는 존재도 다르지만 오늘날 ‘악한 존재’의 통칭으로 구분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데몬은 그리스어 다이몬(Daimon)에서 유래됐다. 다이몬은 신(God)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악마와 선마(마력을 지닌 선량한 존재)를 모두 포괄하는 뜻이였으나 기독교 시대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악마라는 명칭으로만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에서 다이몬은 신과 가까운 존재나 신과 인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이것이 기독교에서 악령, 악마, 다른 신앙의 신을 가리키는 단어로 변질된 것이다.데몬은 원래 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데빌(Devil)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데블을 소문자로 쓰면 데몬과 같은 단어다). 참고로 데블(Devil)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영(靈)으로 귀신이나 마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데블이 하급이라면 데몬은 상급이다. 부하를 거느리지 않고 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이미지는 동양에서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데몬의 모습은 동양 종교의 신이 유럽으로 흘러 가면서 변형된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예가 페르시아의 악의 신 알리만이 데몬으로 분류되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데몬이 원래 신이었고 신과 인간의 중간자 역할을 했다는 이론은 기본적인 이치에 맞는다.
가장 유명한 데몬에는 서큐버스(Succubus), 인큐버스(Incubus), 데모고르곤(Demogorgon), 마네스(Manes), 디바(Diva) 등이 있다.
인간의 꿈에 나타나 몹쓸 짓을 하는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는 각각 여자 데몬과 남자 데몬을 말한다. 이들의 관계는 묘하다. 서큐버스는 야밤에 남자의 정액을 훔치고 인큐버스는 서큐버스로부터 정액을 받아 여자에게 주입한다.
이들에게 당한 인간은 몸이 점차 야위여지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하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한다. 이들은 이러한 성적인 역할로 인해 게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설사 등장한다 해도 인간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수준으로 설명되곤 한다.데모고곤은 유럽에서 나타났던 마신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현대의 데몬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몬스터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누구도 실체를 본 적이 없고 따라서 딱 정해진 형태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네스는 원래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영혼을 칭한 말이었다. 그러다 죽음의 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영혼과 신을 합친 모습의 데몬으로 고정됐다. 이 외에도 인도의 악령 디바, 이슬람교의 에블리스, 페리시테인의 다곤 등이 데몬으로 분류된다.데몬 몬스터는 게임에서 등장시키기가 무척 까다로운 존재다. 고대 유럽의 신화 등에 기록돼 있지만 종류나 능력, 모습 등이 너무 불분명해 이미지를 구현시키기가 곤란한 점이 많다. 메두사, 바실리스크, 그리폰 등 그 모습이 분명한 것들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해외에서도 D&D 룰이나 AD&D 룰을 정통으로 계승하고 경험있는 롤플레잉 개발사 중심으로 데몬이 등장하고 사용된다. 아타리의 ‘포가튼 렐름: 데몬 스톰’이나 ‘엘리멘탈 사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데몬은 몬스터의 한 축을 차지하며 발록, 바이퍼, 스콜, 드라켄 등 십여 종이 무더기로 출연한다. 그럴 듯한 모습으로 이미지화 됐지만 그 누구도 확인을 해 줄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팬터지 세계의 이단아 블리자드도 한몫 한다. ‘워크래프트 3’에서 나이프엘프 종족의 영웅으로 데몬 헌터가 등장한다. 이름으로만 따지면 ‘데몬을 잡는 사냥꾼’이겠지만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탓으로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데몬으로 해석된다. 이 데몬은 ‘워크래프트 3’에서 엄청난 능력과 힘을 지니고 있는데 타 종족의 영웅보다 뛰어난 면이 있어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을 정도였다.
데몬을 소재로 게임을 만들기란 어렵다. 악마, 데빌, 사탄 등과 구별도 힘들다. 그러나 ‘데몬스’라는 호러 영화가 대히트를 한 것처럼 인간은 항상 어둠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데몬은 여전히 매력있는 존재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