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②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②

②최선호 토마토 LSI사장

 “작은 성공에 만족하게 될까 두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초심의 벤처 정신을 살려,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CEO의 길을 선택해 나갈 것입니다.”

최선호 토마토LSI사장(44)은 LCD용 드라이버 IC분야 국내 최초·최대 팹리스업체를 꾸려가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최사장은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토마토LSI 본사에서는 주변 시장 상인들의 큰 목소리와 건설 현장의 망치소리가 사장실 창문으로 들려온다.

“매일 일어나는 일상입니다. 시장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어 좋지요(웃음). 토마토LSI는 어떤 환경에서도 좋은 반도체 만드는 회사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첨단 반도체 설계 업체라는 이미지와 주변 환경이 조화롭지 않지만, 최 사장은 이를 이렇게 재치있게 풀어낸다. 그의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삼성전자 대만주재원 시절 ‘토마토LSI’라는 회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지난 90년부터 6년간 대만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영업을 해왔습니다. 당시에 대만 중소 기업들의 발전상을 보면서 저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최 사장은 국내에도 우수한 인력이 있고 가능성 있는 시장도 존재하는 데 불가능할 게 무엇이겠느냐고 생각하고 서울로 들어온 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뛰쳐나왔다.

“창업하면서 무엇보다도 시장성을 살펴봤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분들은 디지털영상저장장치나 압축솔루션(MPEG) 쪽으로 사업 품목을 정했습니다만, 저는 더 시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LCD 분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가 LCD 드라이버 IC 개발에 착수한 때는 LCD 산업이 막 부상하던 시기다. 그는 팹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니치(틈새) 시장을 찾았고, 결국 휴대폰 등 소판형 LCD용 IC로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창업 초기 그 역시 자금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대만에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던 최 사장은 대만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최 사장은 “현재는 대만의 지인과는 투자관계만 있지만, 당시에는 판매할 때 판매 대상도 소개해주는 등 현지의 네트워크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난보다도 더 뚫기 어려웠던 것이 국내 시장이었다.

“대만이 보통 사업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제게는 쉬웠습니다. 대만은 처음에 시스템업체를 만나, 제품을 설명할 기회를 갖기가 쉽습니다. 일단 만나주고 쓸만하면 써주기 때문입니다.”

대만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처음에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최사장은 주장했다.

“국내 업체들은 처음에 거절부터 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대만, 중국에서 먼저 하고 해외에서 검증받은 뒤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토마토LSI는 STN LCD용 드라이버 IC부터 시장을 개척하면서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등에 들어가는 TFT LCD용 IC까지 첨단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휴대폰 내부 창과 외부 창을 지원하는 원 칩 IC를 내놓고 기술적으로도 세계 주요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LDI에 집중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바일 분야의 다양한 반도체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LDI 관련해서는 LTPS, OLED 등이 있으며 ‘드라이버 IC + 또 다른 반도체’ 등도 개발해가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반도체 업체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업체들은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컨소시엄 형태를 구성해 같이 움직입니다. 우리도 모바일 부분에서 베이스 밴드, 멀티미디어, LDI, 센서 등 여러 업체들이 협력해서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입니다. IT-SoC협회 등에서 이러한 일을 주도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최 사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대만 TSMC 모델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만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어쩌면 ‘TSMC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대만은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식집약형 산업을 육성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파운드리와 반도체설계산업이 부각됐습니다.”

최근 국내 팹리스업계는 파운드리 기반 부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도 최 사장은 이렇게 제시한다.

“TSMC는 라인을 증설할 때마다 자사 고객인 팹리스 업체의 투자를 끌어들여 생산라인을 할당해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팹리스업체로서는 배송·캐파·가격 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지요. 이제 한국 팹리스업계도 이런 형태의 라인 투자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선호 사장은 일과 관련해서 완벽성을 추구하면서 직장을 화목하게 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토마토LSI의 한 직원은 최사장에 대해 “근무시간에는 말이 없지만 자상하게 여러 가지 일들을 챙겨주는 스타일이며 업무 외에는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직원들의 생일 때 친필로 엽서를 써서 보내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최사장은 “종종 직원들의 부모님들로부터 답장이 옵니다. 고맙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지요. 답장을 받았을 때 사업을 하지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최 사장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벤치마킹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은 삼성전자 LCD총괄의 이상완 사장이다.

“이 사장은 상황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바탕으로 목표를 정하고,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남다른 추진력과 실질적인 액션으로 성공을 위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지요. 벤처기업의 CEO로써 그 추진력을 체득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토마토LSI는 계속 변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최 사장은 말했다.

“항공왕 하워드 휴즈가 그랬듯이 끝임없이 변화를 시도할 것이고 설사 이것이 잘 안되더라고 또다른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답게 두려움 없이 변신하겠습니다.”

◆토마토LSI는

 토마토LSI(대표 최선호 http://www.tomatolsi.com)는 디스플레이구동IC(DDI)를 연구개발, 판매하는 업체로 지난 99년 11월 설립됐다. 이 회사는 기존 흑백 LCD 구동용 제품뿐 아니라 현재 컬러화되고 동영상 구현이 가능한 TFT LCD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일본, 대만,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에 탄탄한 해외 판매망을 구축, 해외 유명기업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토마토LSI는 꾸준한 신기술의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하여 평판 디스플레이(FPD) 핵심 부품인 ‘DDI’ 의 국산화를 선도, 해외시장 개척에도 앞장서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굳은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최초로 CIF급 해상도 구현이 가능한 원 칩(모델명 TL1766) 개발에 성공하는 등, TFT LCD용 구동 IC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 해 700억 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회사 측은 규모가 큰 대기업들과 달리 자체 반도체설계자산(IP)을 통한 시장 선도 제품에 주력하는 벤처기업을 지향한다. 신뢰성 있는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 동향에 발맞추어 나가고자 토마토LSI는 휴대폰용 TFT LCD용 LDI 및 STN 컬러 제품의 개발 및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리더십을 위해 토마토LSI는 매년 매출액 대비 15∼20% 정도의 신제품 육성을 위한 순수 연구개발(R&D) 재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 외 5%∼10%는 직원 재교육 및 복리후생을 위해 환원하고 있다. 더불어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코스닥 등록을 위해 뛰고 있다.

사진: LCD용 드라이버 IC분야 국내 최초·최대 팹리스업체 토마토LSI를 꾸려가고 있는 최선호 사장은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