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망 개방 논쟁이 ‘조속한 개방’에서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와 이동통신사에 대해 무선망 개방을 촉구해온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는 최근 ‘조속한 망 개방보다는 망 개방 후 인터넷포털과 콘텐츠제공업체(CP) 등에 필요한 자생력을 위한 환경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데 회원사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로 예정됐던 개방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것을 계기로 이동통신사-인터넷기업-당국 간 무선망 개방 논의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터넷 기업들이 당장 무선망을 개방하더라도 시장조건이 성숙되지 않아 개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이동통신사 내부포털과의 직접 경쟁도 부담이 크다는 판단 아래 참여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에 따라 당초 SK텔레콤의 신세기이동통신 합병 인가 조건으로 내세운 무선망 개방 정책의 재검토는 물론이고, 개방목표나 방향 및 일정 등에 대한 재조정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P업계를 대표해온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의 경우 대다수 회원사가 신규 킬러 콘텐츠 및 수익 모델, 마케팅 툴의 부재를 들어 망 개방 후 시장 조기 진입에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이동통신사 내부포털에 입점 형태로 제공되는 현재의 불완전한 망 서비스가 기업 간 불균형만 초래한다면서도 조속한 망 개방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김성호 사무국장은 “완전개방으로 시장 기회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포털들이 수익을 창출하기에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포털들이 독립적인 서비스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이 보완된) 실질적 망 개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김유경·김민수기자@전자신문, yukyung·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