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살살 좀 찔러!”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혈당 수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피 2밀리리터(㎖)∼4㎖ 정도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한 방울 정도지만 침으로 찔러 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유달리 주삿바늘을 싫어하는 환자가 아니라손 치더라도 그 따끔한 느낌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더욱 작은 바늘로 통증 없이 채혈하는 혈당측정기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과학자들과 기업가들은 작은 불편, 즉 바늘로 채혈하기에 주목한다. 말로야 ‘작은 불편’에 불과하지만 그 불편함을 해결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과학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제적으로는 국내 600억원, 세계 80조원대 혈당측정기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나노미터(1㎚=10억분의 1미터) 규모의 분석시스템과 DNA칩, 단백질칩 등을 활용하는 최첨단 기술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우선 채혈용 작은 바늘에 대해 살펴보자. 시중에 보급된 혈당 측정기의 바늘 크기는 대게 300마이크로미터(㎛)∼400㎛ 정도다. 이는 1밀리미터(㎜)의 절반보다 작은 크기.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환자들에게 따끔한 느낌을 준다. 최근 올메디쿠스라는 벤처기업이 바늘크기를 100㎛로 줄였다. 아프다고 느낄 수 없는 크기라는 게 올메디쿠스의 설명.
이상록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장은 “바늘크기를 10∼2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나노침을)값싸게 대량으로 빨리 만드는 양산체제를 갖추는 게 경쟁력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늘크기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채혈이 아닌 조직 얘기’가 된다. 그만큼 해결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도 많아지고,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산물도 많아질 것이다. 이같은 열매는 ‘바늘이 작아질수록 강도가 약해져 쉽게 부러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딸 수 있다.
사진: 1OO㎛짜리 바늘을 1000배 확대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