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이 신 성장 산업인 스마트카드와 카드 IT 서비스 인프라 시장을 겨냥해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교통 카드 및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온 국내 관련 업계와 영토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 업체들이 투자 또는 인수를 추진하는 업종은 사회 인프라 성격이 짙은 교통카드, 신용카드 밴(VAN) 등 서비스 분야에 해당되는 데다 관련 업계의 일부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신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향후 전개될 비즈니스와 후속 행보에 국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곳은 미국계 스마트카드 전문 업체 이스마트테크놀로지와 신용카드 정보처리(프로세싱) 전문 업체 FDC 등이다.
두 글로벌 업체는 최근 잇달아 국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정했거나 지분 인수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스마트테크놀로지는 최근 국내 전자화폐·스마트카드 전문 업체 마이비와 1억50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번 투자로 두 회사는 마이비의 교통카드에 생체인식 기술을 결합한 ‘마이비 슈퍼스마트카드’를 개발, 올해 부산시를 시작으로 전국 교통카드로 적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카드·단말기 관련 인프라 투자와 학원 정보화 사업 등 부가 서비스와 해외 시장 공략까지 나설 계획이다.
특히 최근 국내 금융권과 공공 부문에서도 보안성 강화를 위해 생체인식 기술 채택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시장 반응이 주목된다.
이스마트테크놀로지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통합 보안 솔루션 업체로 국제표준화기구(ISO) 7816과 ISO 14443 규격의 지문 인식·대조 모듈이 탑재된 스마트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 2003년 미 정부의 수출금지 품목 해제 이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전자정부 및 보안인증 사업 등을 추진중이다.
전세계 신용카드 정보처리 시장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FDC의 국내 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FDC는 지난 달까지 국내 전자지불대행(PG) 업체 이니시스의 카드 밴 계열사인 한국모바일페이먼트서비스(KMPS)의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마치고 가격 협상을 진행중이다. 현재 논의중인 인수가는 당초 예상됐던 3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니시스 관계자는 “실사 작업이 끝난 뒤 가격 협상과 추가 서류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FDC의 인수가 확정되면 한국정보통신(KICC)·케이에스넷(KSNET) 등 기존 카드밴사와 최근 IC카드 밴 서비스를 본격화한 스타밴코리아 등과 시장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신용카드의 IC카드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현재 스타밴코리아만이 IC카드를 판독할 수 있는 밴 서비스에 나서고 있어 향후 KMPS 인수 후 IC카드 밴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경우 카드 밴 시장의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FDC가 VAN에 이어 카드 업무 처리 대행 서비스까지 공식화할 경우 국내 시장에서 11개 회원 은행을 대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중인 BC카드와도 경쟁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
사진: 미국 스마트카드 솔루션 전문업체 이스마트테크놀로지와 마이비는 최근 부산 롯데호텔에서 투자 유치 조인식을 갖고 ‘마이비 슈퍼스마트카드’ 개발과 시장 공급을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