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강조하는 PC사용환경의 변화로 그래픽카드가 IT업계 귀족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일개 부품 취급을 받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PC 본체 가격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휴대폰보다도 비싼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고가여서 수익성도 높아 전자유통상가를 먹여 살리는 효자상품이 됐다.
◇‘부품계의 귀족’=평균 가격 60만원. PC가격이 아니다. 엔비디아가 이 달 출시한 ‘지포스 7800GTX’ 그래픽카드 한 장 가격이다. 모니터를 제외한 쓸 만한 PC 본체 가격이 50만원 수준이고 20만원대 제품까지 즐비한 상황에서 이런 비싼 카드를 누가 쓰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한 달 평균 70∼80장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고가인만큼 평균 이익률도 10%에 달할 정도로 그래픽카드 업계의 ‘효자상품’이다. 주요 구매 고객은 그래픽 디자이너 등 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게임을 즐기는 일반 소비자가 많이 찾고 있다.
렉스테크놀로지 측은 “그래픽카드는 다른 부품에 비해 가격에 둔감한 편”이라며 “오히려 고가 제품의 성능을 경험해 본 소비자는 최고 사양 제품을 주저없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 제품뿐 아니라 소매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엔비디아의 ‘지포스6’와 ‘ATI X800’ 시리즈 가격도 평균 10만원대 중반으로 PC부품 중 CPU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싸다.
◇대부분 게임 마니아 수요=PC업그레이드 시장은 게임이 주도하며 그 수요의 대부분은 그래픽 카드다. 일부 게임에서 특정 제품의 그래픽카드가 ‘궁합이 맞는다’는 소문이 나면 이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 원정’도 불사할 정도다. 그래픽카드는 오히려 주기판 등 다른 부품의 업그레이드 수요까지 촉발하고 있다. 최신 게임인 ‘와우(WOW)’나 ‘워 록’ 등을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지포스6600GT’급 이상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게임 마니아는 그래픽카드를 게임에 맞춰 구매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주기판을 교체한 후 다시 파워서플라이·메모리 등을 바꾼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ATI 등 칩 세트 업체는 개발 단계부터 게임 제조사와 협조하고 유명 게임과의 공동 마케팅을 위해 1억원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기도 한다.
◇그래픽카드는 ‘용산의 구세주’=여름철에는 용산 전자상가를 그래픽카드가 먹여 살린다. 전통적으로 여름은 PC 비수기지만 그래픽카드의 최대 수요처인 PC방은 여름이 오히려 성수기로 수요가 급증한다. 그래픽카드 교체를 결정하는 PC방은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주기판과 메모리 등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그래픽 카드 업체는 PC방 공략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중심으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박근수 앱솔루트코리아 팀장은 “그래픽카드를 교체하기 위해, 각 PC방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결국 그래픽카드 효과가 모든 부품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매년 이맘 때면 주요 업체가 그래픽카드 할인뿐 아니라 카드와 함께 각 부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등 마케팅 경쟁이 뜨거워 진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PC본체·휴대폰 보다 비싼 몸값…마니아들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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