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경의 스타리그 엿보기](14)첫경기의 기세 싸움

12만 인파의 환호 속에 펼쳐진 ‘SKY 2005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SK텔레콤T1이 4대 1의 다소 일방적인 스코어로 승리했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양팀 엔트리에서부터 예견됐다. 엔트리를 본 많은 관계자들이 SK텔레콤 주훈 감독의 판정승으로 분석했다. 개인전 3경기가 하나같이 KTF의 오더를 예상, 저격수를 내보낸 듯한 느낌을 준 때문이다.

그렇다고 KTF는 마냥 당하기만 한 것일까. 필자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번 엔트리를 분석해보았다. 이번 결승전의 엔트리는 마치 주 감독이 ‘나는 너의 엔트리를 알고 있다’라고 말하자, 정 감독은 되레 ‘나도 알아’라고 응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첫 경기는 맵이 네오레퀴엠이라 박정석의 출전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KTF는 ‘부산불패’ 신화를 써온 박정석에게 첫 경기를 맡기며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첫경기의 기세싸움은 보다 많은 준비를 해 온 SK텔레콤의 승리로 돌아갔고, 이 기세를 탄 SK텔레콤은 2경기까지 잡아내며 앞서갔다.

3경기에 나선 변길섭도 KTF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Rush Hour’는 ‘최연성이나 이윤열처럼 하면 테란을 어찌 이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테란이 강세를 보이는 맵. 이 맵에서 힘겨워하는 프로토스 유저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저그가 나온다면 맵의 특성과 종족 상성상 ‘불꽃테란’ 변길섭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변길섭 카드는 바로 테란대 테란전을 노린 승부수였다. 그러나 상대는 최연성과의 연습으로 테란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들고 나온 저그유저 박태민이었다. KTF로서는 불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경기였다. 마지막 경기가 된 5경기는 양팀의 심리전이 뒤섞이다 행운여 여신이 SK텔레콤쪽에 살짝 미소를 지어준 경기로 보인다. 강민이 천적 박용욱을 만난데다 정찰운도 박용욱에게 돌아가면서 우승컵은 SK텔레콤에게 돌아갔다.

이번 결승전에서 SK텔레콤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KTF보다 한발 앞선 전략과 용병술 덕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에 첫경기에서 박정석이 승리, 기세를 가져갔다면 우승컵의 향배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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