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게임이 안 풀려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는 위기 상황.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드디어 찬스가 왔다. 상대는 A 풀하우스를 들고 강하게 베팅을 하고, 내 마지막 히드카드는 그토록 원했던 그림 같은 5 포카드를 만들어 준다. 거액의 레이스가 오가고 나는 환상적인 승리를 거둔다. 그때까지의 모든 피해를 일거에 만회하고 게임의 승자가 된다.’
포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한번쯤 상상해 봤을 장면이다. 포커 게임을 즐기는 하수들의 가장 큰 공통점 중 한가지가 바로 이러한 꿈 같은 한판 승부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 실전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즉, 영화 속 한 장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포커 게임은 소액의 작은 승부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다가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나올 만한 상황이 실전 게임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승부는 정말로 아주 간혹가다 한 번 씩 생기는 경우이고,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그 환상적인 승부가 자신에게 행운으로 작용할 지 아니면 불운으로 나타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즉 두 사람이 모두 환상적인 패를 가지고 큰 승부를 벌였을 때, 내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한다는 의미다.
그 가능성은 정확히 반반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력으로 피해를 줄이기 힘들다. 즉, 고수든 하수든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며 달리 표현하면 실력으로 막아내기 힘든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판에서는 운영여하에 따라 피해를 입는 순간에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할 때는 남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결국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것이 포커게임이다.
이런 식의 운영은 환상적인 한판 승부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확실한 승률을 보장해 준다. 포커 게임에서 좋은 승률을 기록하는 톱 플레이어들은 한판의 큰 승부를 기대하기보다 평범한 승부에서 효과적인 운영으로 최후의 승리를 얻는 방법을 선호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큰 승부를 만들거나 피해가라는 뜻은 아니다. 질 때 지더라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라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승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 단지 큰 승부처를 만들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큰 판을 만들려는 그런 운영은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한판의 큰 승부를 머리 속에 그리면서 의도적으로 크게 베팅한다면 필연적으로 무리한 운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무리한 운영은 안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무리한 승부를 자초하는데 어찌 승률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포커 게임을 잘하고 싶다면 머리 속에서 맴도는 한판의 큰 승부는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 기억해 둘 만한 포커 명언 한 가지를 소개한다. ‘한판의 큰 승부는 실력을 배신할 때가 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판의 승부는 실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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