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털 마일리지 이용불가 판정 논란

게임포털이 제공하는 카드게임의 ‘마일리지’ 시스템이 등급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게임포털이 고스톱과 포커 등 온라인 카드게임에 적용하고 있는 마일리지 시스템에 대한 영등위의 시각이 변하면서 이용불가 판정이 줄을 잊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등급심의를 신청한 약 30개의 온라인 카드류 게임 가운데 등급심의(18세 이용가)를 통과한 게임은 엠게임의 ‘생뚱하이로우’와 써니YNK의 ‘콤보맞고’, 한빛소프트의 ‘3D맞고’, 오픈타운의 ‘펫맞고’, CJ인터넷의 ‘뉴맞고’와 ‘핑크맞고’ 등 6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0여개 게임은 모두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체들이 지난 2개월간 등급심의를 신청한 온라인 카드류 게임 가운데 20%만 심의를 통과하고 나머지 80%는 사행성 게임의 멍에를 뒤집어 쓴 셈이다.

이에 대해 최근 고스톱 게임에 대한 등급심의를 신청했다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영등위에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 이유를 문의한 결과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가 직접충전 방식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마일리지는 NHN과 엠게임, 피망, 엠파스 등 대다수 업체들이 지금까지는 별다른 제재 없이 서비스해온 시스템인데 이를 문제삼아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영등위측에서는 “최근 들어 이들 게임의 사행성이 너무 높아진 때문”이라며 “업체들이 교묘하게 마일리지 시스템을 이용,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직접충전하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제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게임머니로 교환하는 것을 간접충전으로 인정해 왔던 영등위가 심의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고스톱과 포커 등 카드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포털의 수익구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 마일리지는 게임포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영등위는 게임포털이 제공하는 ‘마일리지’를 ‘해당업체의 약정에 따라 적립되어 지는 보너스포인트’라고 정의하고 있다.

게임포털은 이를 게임 아이템 및 아바타, 각종 연계 서비스 등에 대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덧붙여 주는 보너스로 활용해 왔고, 적립된 포인트를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이버머니로 교환해 줌으로써 상당한 매출 상승 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영등위도 이같은 서비스를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구매토록하는 직접충전과는 달리, 아바타를 구매할 때 함께 지급하는 게임머니처럼 간접충전 방식으로 인정해 왔다.

따라서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영등위의 심의기준에 저촉되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고스톱, 맞고, 포커 등 다양한 카드게임 아이템 및 아바타 판매를 주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게임포털로서는 엄청난 수익감소가 뒤따를 것이 뻔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업체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게임머니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마일리지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매출이 적게는 7∼8%에서 많게는 몇십%까지 상승했다”며 “만약 이를 갑자기 중단할 경우 상승폭 이상으로 매출이 떨어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관련업체들은 마일리지와 관련한 영등위의 이같은 대응을 두고 ‘업체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식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최근 잇따라 내려지고 있는 이들 게임에 대한 이용불가 판정은 지난달 15일 영등위의 분과별 소위원회가 새로 구성됐다는 사실과 맞물려 충분한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만해도 간접충전 방식으로 인정해주던 마일리지 시스템을 갑자기 직접충전 방식으로 간주해 이용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영등위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며 “새로 구성된 영등위 소위원회가 업체 길들이기를 위한 영향력 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 논란의 소지 다분

아직 영등위 내부에서도 마일리지를 직접충전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간접충전 방식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이는 영등위가 뚜렷한 기준도 없이 게임에 따라 자의적으로 심의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형평성에 어긋난 고무줄 심의가 될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영등위 온라인게임분과의 한 소위원도 “소위원들 사이에 마일리지 포인트를 게임머니로 교환해 주는 것에 대한 시각이 달라 논란이 있었다”며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게임에 따라 심의위원들이 다수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임포털과 영등위의 시각차가 큰데다 영등위 내부에서조차 마일리지 시스템에 대한 기준이 없이 게임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마일리지 시스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임 전문가들은 영등위가 유저가 게임머니를 얻기 위해 마일리지 포인트를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을 갖고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영등위가 지난 6월 2일 발표한 ‘PC온라인게임 세부심의기준’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영등위는 직접충전에 대한 용어를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직접 충전하는 경우 ▲게임머니 충전을 목적으로 게임아이템을 구매 또는 사용하여 충전하는 경우 ▲기타 위와 유사한 기능으로 충전하는 경우 등 3가지로 정의해 놓고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든 항목의 주체는 게임사나 게임시스템이 아니라 유저다. 어쩌면 영등위가 그동안 숫한 지적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동일한 오류를 범하는 것도 이같은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영등위의 심의대상이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두고 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정용 식칼을 살인의 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를 선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영등위가 심의대상을 달리하거나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예단해 등급심의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 수익 위해 사행성 부추기는 업체도 문제

수익 늘리기에만 급급해 사행성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업체에도 문제는 있다. 사실 영등위가 몇년전 ‘비즈니스 모델까지 심의하려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게임포털의 아이템 판매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당시 게임사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판매하는 일이 발생, 영등위에 빌미를 제공한 때문이었다. 카드류 게임은 사행성이 짙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일까지 벌어져 사회적인 물의를 빚음으로써 영등위에 제재의 칼날을 들이댈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사실 최근 2차례에 걸쳐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N사의 고스톱게임은 게임머니를 덧붙인 기능성 게임아이템을 판매하려다 제재를 당한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업체 관계자도 “수익을 올리려는 의욕이 지나쳐 빚어진 실수였다”며 “곧 수정해서 재심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시인했다. 게임아이템에 게임머니를 포함시키는 것은 그동안에도 직접충전으로 간주돼온 터라 재론의 여지가 없는 부분임에도 업체가 실수를 범한 사례다.

또 영등위가 간접충전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외형만 간접충전 방식처럼 포장하면서 실제로는 직접충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편법을 구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등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끊임없이 영등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연구해 내고 있어 골치가 아프다”며 “마일리지 부분도 한다리를 건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직접충전과 동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최근의 영등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영등위의 주장도 크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고 초가집을 태운다’는 속담처럼 업계의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까지 영등위가 칼을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는 관련 업체들의 반응은 영등위가 속내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의견과 기준이 모호한 판정이라는 비난이 뒤섞이고 있다.

우선 영등위가 그동안 간접충전으로 인정해온 마일리지 서비스를 직접충전으로 볼 수도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등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대해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가장 많다.

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마일리지 서비스를 아무런 무리없이 유저를 위한 보너스로 제공해 왔는데 ‘영등위가 설마 진짜로 그럴까’하며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대체로는 갑자기 영등위의 태도가 바뀐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영등위의 원칙이 너무 모호해서 대처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마일리지에 대해 영등위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의적인 심의를 계속하면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또 영등위가 여러차례 공청회를 거치고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세부기준을 알렸다고는 하지만 이조차 모르는 기업도 많다. 이들 업체는 “공청회는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진행됐다”며 “홈페이지에 덜렁 공지를 띄웠다고 모든 업체가 알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관료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처럼 자사 게임이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데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던 업체들도 정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영등위가 원하는 대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수정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며 허탈해 했다.

영등위의 심의 결과에 따라 매출이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섣불리 나서기 보다는 조용히 영등위가 원하는 대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수정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이와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업체들이 집단행동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섰던 몇몇 업체의 경우 영등위의 눈 밖에 나 한동안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럴 때는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힘없이 말했다.“현금을 투입해서 게임머니를 얻는다면 직접충전으로 보는 것이 영등위의 대원칙입니다.”

영등위 온라인게임분과 소위원회의 김민선의장은 “현금을 과도하게 투자하도록 부추기는 게임은 사행성 게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소위원회 의장으로서가 아니라 심의위원 가운데 한사람으로서의 생각이라고 밝힌 그의 견해도 “돈을 많이 쓰면 게임머니가 쌓이게 된다면 꼭 현금으로 직접 게임머니를 사는 것이 아니고 여러 단계를 거치더라도 직접충전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시민단체인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시각이다. 영등위가 게임머니 충전과 게임포털의 마일리지 서비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 지난 6월 이후부터 게임포털의 고스톱게임이나 포커게임 등에 대한 이용불가 판정이 급증했다.

▲요즘들어 등급심의를 신청하는 게임들의 사행성이 부쩍 높아졌다. 안타깝지만 이용불가 판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영등위 전체의 생각인가.

▲ 심의위원 모두의 생각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게임별로 다수결에 따라 판정한 것이다.

- 등급심의 결과에 불만을 제기하는 업체가 많다.

▲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재등급 심의를 받으면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업체들이 사전에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을 잘 안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고한 세부기준의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심의를 신청하는 기업도 있다. 언제든 영등위에 문의를 하면 전례를 들어서라도 자세히 설명해 주는데 문의조차 안한다.

- 그동안 마일리지 부분은 직접충전으로 간주하지 않았는데 영등위의 내부 원칙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 영등위의 대원칙은 홈페이지에 있는 세부기준에 나와있는 그대로다. 심의위원들은 그대로 따를 뿐이다.

- 마일리지에 대한 용어 정의는 있지만 이를 직접충전으로 보는지 간접충전으로 보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영등위의 대원칙이 무엇인지 직접 설명해 줄 수는 없나.

▲현금을 게임머니로 만들게 하는 게임시스템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영등위에서 허용하고 있는 간접충전의 범위는 게임머니를 보너스로 주거나 무료충전하는 것이다. 아바타의 경우는 직접 게임을 하기 위한 아이템과는 달리 채팅을 하는데 자신을 꾸미는 등 사이트 내에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구입할 때 게임머니를 보너스로 주는 것은 간접충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도 악용하면 사행성 요소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마일리지의 경우 간접충전인지 직접충전인지를 구분짓는 경계는 어느 정도의 선인가.

▲ 경계를 딱히 어디라고 구분 짓기는 어렵다. 그 부분은 개별 게임의 충전시스템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최근들어 게임사들이 너무 복잡하게 충전시스템을 해놔서 머리가 아프다. 직접충전이 염려되는 게임은 직접충전 요소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용불가 등급을 받게 될 것이다.

- 영등위가 원칙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오히려 게임사에서 이런 저런 편법을 동원해 원칙을 흔들고 있지 영등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