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디스크드라이브(ODD) 업체가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여름 비수기인데다 수요가 주춤하면서 뚜렷한 매출 견인 상품이 없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채산성마저 크게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수입 유통업체는 세계 시장 1· 2위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해 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16일 주요 ODD업체에 따르면 지난 달 소매 ODD 시장 판매량은 전 달에 비해 무려 30% 가량이나 줄었다. 이는 여름 비수기 탓으로 비수기가 이번 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판매 수량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7월∼8월은 전통적인 PC 시장 비수기이어서 매출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며 “소비자 대상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매수세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만한 히트 상품이 없다는 점도 ODD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평균 1개월 단위로 신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디자인 개선 수준이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의 한계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최신형 ‘DVD-RW드라이브’의 경우 읽기 속도(ROM)가 최고 수준이라는 16배속까지 올라 있다. 물론 이외에도 ‘쓰기 배속(RW)’ ‘듀얼 레이어(DL)’ 등 다른 기술을 통하면 아직 개선한 여력은 있지만, 부가 기능을 약간 높이는 정도다. LG전자 관계자는 “매달 기능을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16배속이어서 소비자는 신제품이기 보다는 그저 그런 제품의 하나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도 골칫거리다. 특히 자금 여력이 풍부하지 않은 외산 유통 업체일수록 더욱 심하다. 가장 인기있는 LG전자 ‘GSA-4163B’가 6만5000원 정도에 판매되지만 이 제품 가격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8만원 정도였다.
이런 급격한 가격 하락은 해외에서 역수입돼 들어오는 이른바 ‘벌크 제품’이 원인으로, 그동안 정품보다 1만원 정도 싸게 유통시켜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왔던 벤큐·라이트온 등 외산 업체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 외산 업체 총판 관계자는 “ODD 가격이 너무 떨어져 소매 시장에서 수익을 남기기가 어렵다” 라며 “용산 조립 업체 납품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지만 AS 등 신경 쓸게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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