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까짓거 뭐 전화만 걸리면 되지.”
보다폰이 하이테크에 취약한 중장년층을 겨냥해 복잡한 기능을 삭제하고 큼직한 디자인의 ‘실버폰’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6일 보도했다. 보다폰은 그동안 마케팅 전략이 하이테크 지향의 10∼20대에 집중한 나머지 중장년층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하에 새로운 제품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유럽 9개국에서 출시된 보다폰의 휴대폰 ‘심플리(Simply)’는 요즘 쏟아지는 최신 휴대폰 기종과는 전혀 다른 사양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심플리의 액정화면에는 인터넷 브라우저나 아이콘이 아예 뜨지 않는다. 카메라도 없다. 그렇다고 외형이 날씬한 것도 아니고 두툼한 알루미늄 본체 안에는 큼직한 키패드와 액정만 들어차 있다. 통화에 꼭 필요한 기능을 제외하곤 모두 없앴다고 보면 된다.
보다폰이 이같은 저사양 휴대폰을 출시한 배경은 이미 성숙한 유럽통신시장에서 중장년층 수요를 공략하려는 새로운 전략 때문이다. 보다폰이 35∼55세까지 고객 5000명을 조사한 결과 과반수 고객이 휴대폰의 첨단기능에 대해 무지하며 심지어 자기 휴대폰 번호도 모르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고객의 1/3은 문자 메시지를 받는 방법을 모르고 어떤 노인은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낸다고 답했다.
또 많은 중장년층은 첨단 휴대폰의 복잡함에 질려 단말기 구입을 위해 대리점에 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충격을 받은 보다폰측은 즉시 중장년층을 위한 ‘로테크’ 휴대폰 개발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일부 젊은 기술자들은 심플리폰에 사진전송 등 첨단기능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회사측은 단호히 거부했다. 이와 관련 아룬 사린 보다폰 사장은 “중장년층의 휴대폰 잠재수요는 매우 크다.”면서 새로운 제품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현재 심플리의 판매댓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 관계자는 대단히 만족스런 판매실적이며 고객들의 평균나이는 45세라고 밝혔다. 지난달 소니에릭슨의 신형 카메라폰을 심플리로 바꾼 한 중년고객은 “아내는 내가 바보폰을 사용한다고 놀리지만 나는 전화가 되는 휴대폰을 원할 뿐”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키아의 카이 오이스타모 부사장은 다른 유럽의 이통사도 중장년층을 겨냥한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유럽에서 ‘실버폰’ 열풍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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