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서버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하하면서 국산 서버업체들의 시장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다국적 서버업체들은 지난해 대비 20∼40% 내린 가격에 서버를 출시하면서 국산 서버업체들이 가격을 무기로 집중 공략했던 중소기업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한국IBM, 한국HP, 델인터내셔널 등은 인텔 제온 1웨이 서버 가격을 100만원 대 이하로, 인텔 제온 2웨이 서버 가격을 2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추는 파격 행보로 가격인하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IBM은 올해부터 x시리즈 자체 물류창고를 없애고 대리점 유통체계를 간소화했으며 한국HP의 경우, 다이렉트(직접판매) 모델을 접목한 ‘파트너 다이렉트’ 제도를 도입하고 콜센터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경봉 한국IBM 본부장은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인하 방침을 올해 말까지는 계속 가져간다는 방침”이라며 “이 같은 전략이 경쟁업체인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국산 서버업체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IBM은 국산 서버업체의 텃밭이었던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그라비티, NHN 등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한국HP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등의 공략에 성공했다. 특히 물량이 큰 프로젝트의 경우, 다국적 업체의 서버 가격이 국산 서버 가격보다 낮은, 가격 역전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서버 시장의 20%대에 달하는 국산 서버업체의 시장점유 비중도 올해는 10% 대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디지털헨지, 테라텍, 나노베이커뮤니케이션 등은 올 초 세웠던 서버 매출목표를 수정,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못미치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서버업체 관계자는 “경기불황 국면에서 다국적 서버업체들의 가격인하 공세로 텃밭이 사라지고 대형 다국적기업과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경쟁력을 보완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