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사로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대형 SI업체들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극명하게 드러나 SI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맏형으로서의 체면을 잃게 됐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 업체들이 부당 감액이나 대금 미지급 등의 위반행위를 스스로 시정한 점을 감안해 경고 조치로 끝냈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SI업체들은 깊은 반성은 물론이고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해졌다.
◇부당감액·미지급=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업체엔 무엇보다 프로젝트 수행 대가가 적기에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대형 SI업체들은 계약하고도 특별한 사유 없이 금액을 삭감하거나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용을 깎는 등 위험요인을 전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SDS는 지난해 9월 이글루시큐리티에 정통부의 ‘통합보안관제서버 구축사업’을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최종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4800만여원을 감액했다. SK C&C도 엠디솔루션즈에게 ‘부산동의의료원 및 동국대 경주병원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유지보수사업’을 위탁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1억2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부당하게 감액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동일하이테크에 대우자동차 저장장치 유지보수를 위탁했으나, 발주자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하도급 대금 560만원을 줄였다.
업체별로는 LG CNS가 18개 업체 41개 프로젝트에 대해 대금 및 지연이자를 포함, 3억원이 넘는 돈을 미지급했다. SI업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SK C&C는 1억3800만여원, 현대정보기술과 대우정보시스템이 각각 5500만여원, 4400만여원을 5월 기준 미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은 절감, 책임은 회피=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부당하게 삭감한 행위 외에 SI업체가 관행적으로 해온 부당행위는 법을 유리한 쪽으로 활용한 것이다. 즉 제안서 작성을 위탁할 경우 하도급 계약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별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다. 역으로 단순인력 파견으로 처리해야 할 일에는 거꾸로 하도급 계약을 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지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 책임 일부를 중소업체에 전가하기 위한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한 행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정위는 이런 상황에 대해 ‘소프트웨어사업표준하도급계약서’ 개정안에 ‘본계약은 인력파견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나 한국전산협동조합에 통보해 재발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주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회성 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감독을 ㅌ오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미지급 금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LG CNS 측은 “조사가 끝난 직후 바로 사내 공정위 태스크포스를 꾸려 지적받은 하도급 대금 등 미지급금을 모두 지급했으며, 그 원인을 파악해 사내 제도와 시스템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미지급 사태에 대해 “원발주자로부터 미수령, 하도급 업체의 산출물에 대한 품질 불만족, 회사의 공식 지급기준일과 계약상 대금지급일 간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신혜선·김원배기자@전자신문, shinhs·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