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④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④

◆고범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사장

“3년 전에 어떤 부품대리점 직원이 회사로 찾아와서 18만원을 내고 반도체 샘플을 사갔습니다. 첫 번째 매출이었어요. 그런데 지난달 월 매출이 20억원을 넘었습니다. 3년 새 1만 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고범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사장(37)은 최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서 영업과 연구개발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에 현기증도 나고 불안감이 있을법하지만 이 같은 성취감이 살아가는 동력이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창업하고 투자 받으러 다닐 때 누가 휴대폰으로 TV를 보냐고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대기업 근무할 때 ‘컴퓨터 브로드캐스팅 인티그레이션(CBI)’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PC 다음에는 휴대폰이라고 생각했고 시장이 열리기 전에 문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고 사장의 예측은 적중했고 창업 5년째인 올해 150억원대의 매출이 기대되는 유망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25평 사무실은 600평으로 커졌고, 2년 전 5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상반기만 100억원에 이른다. 직원도 3명에서 55명으로 늘어났다. 인티그런트의 고속 성장을 예견한 미국의 인텔캐피탈, 일본 자프코 등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미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을 정도다.

그가 회사를 설립하고 아무도 하지 않는 제품을 먼저 개발하면서도 자신감을 갖고 확신할 수 있던 것은 그의 성격 덕분이다. 고 사장은 외향적이고 업무지향적이기도 하지만 세밀하기까지하다. 주변에서 철저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그는 “실제로 모든 일을 할 때 ‘백업’ 작업을 항상 해두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CDMA 고주파(RF) 칩 개발을 하면서 축적된 기술과 삼성전자 시절 튜너IC를 개발해본 경험을 토대로 시장을 내다봤다. 특히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가야 성공의 쾌감이 클 것이라는 신념에 따라 휴대폰 방송 시장에 과감히 뛰었고 20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칩을 개발했다.

“올해 투자비 모두 회수할 거 같습니다. 앞으로 위성 DBM뿐 아니라 지상파 DMB 및 해외에서 모바일 TV가 유행이 되면 회사는 급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칩 개발 계획 등에서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고 사장은 항상 시장을 선도하지 않으면 평생 남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티그런트는 세계 휴대 방송 칩 시장에서 리딩 업체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을 지향했습니다. ‘인티그런트’라는 이름도 ‘애질런트’, ‘커넥선트’, ‘루슨트’ 처럼 세계적인 정보통신(IT) 업체에서 본떠 만든 것입니다. 이제는 이름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글로벌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글로벌로 변신을 하기 위해 고사장은 경영 현장에서 실리콘밸리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매출 예상치를 계산할 때도 예상치와 실제 수치가 10% 내에서 일치하는 경영을 하고 있으며, 매월 이사회를 소집해 인텔, 자프코 등 투사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상황에서 주요 사항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의사 결정을 내린다.

회사만 글로벌화되는 것이 아니라 고 사장은 자신을 글로벌화하는데도 정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에 몰두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영어와 일본어는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잘될 정도로 능통하다. 그는 이제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중국의 광대한 시장을 바라보니 생각도 중국어로 하고 식사도 중국식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 고사장의 농담 섞인 말이다. “중국어뿐 아닙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고객을 위해 와인 과정도 다녔습니다. 와인 책도 샀고 와인도 직접 구해 전문가와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거 우즈에 대한 자료를 모두 구입해 읽고 따라했습니다. 고객들에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 고 사장이 좋아하는 말이다. 20층 건물 정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타는 30초 시간 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영학 교재의 말이다. 와인을 통해서 골프를 통해서 그는 항상 준비된 자세로 글로벌 시장에 다가서고 있다.

최근 바이올린도 시작했다. 원래 바이올린 연주곡을 좋아했지만 직접 연주를 해보는 것은 최근 부터다. 반도체가 갖는 창의성과 음악이 갖는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3년 뒤 글로벌화한 인티그런트의 주주총회장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주들에게 이익과 함께 즐거움을 더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고 사장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는 2007년 약 8억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TV 시장에서 1억대 정도의 시장을 가져와, 세계적인 팹리스 반도체 회사 대열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자신과 회사 모두 세계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형태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변신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인티그런트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대표 고범규 http://www.integrant.biz)는 휴대폰으로 TV방송 콘텐츠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모바일 TV 단말기의 ‘프런트 엔드 칩 솔루션’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7월 설립돼 휴대폰 및 DMB 단말기 등에 사용되는 고주파(RF) 칩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위성 DMB용 단일 칩 튜너 제품을 출시해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국내외의 특허 83건과 ISO9001 인증을 보유하고 있는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는 기술력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지난해 일본, 대만, 캐나다 등의 외국계 동종 업계로부터 약 100억원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회사의 제품은 특히 BiCMOS가 아닌 CMOS 설계기술로 개발, 휴대폰에 적합하도록 칩을 저가·소형·저전력으로 구현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삼성전자, LG 전자, SK텔레텍의 모든 위성 DMB 단말기에는 인티그런트의 칩이 탑재돼 있다. 올해 이 칩으로 상반기에만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인티그런트는 국내 위성 및 지상파 DMB 시장뿐 아니라 일본의 ISDB-T시장과 중국과 유럽의 DVB-H 시장 등 전세계 DMB 및 디지털방송 시장을 겨냥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고범규 사장은 “DMB 시장은 제2의 CDMA 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인티그런트는 DMB시대 개막과 함께 DMB용 칩 전문기업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선두 기업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고범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사장은 최근 DMB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서 영업과 연구개발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에 현기증도 나고 불안감이 있을법하지만 이 같은 성취감이 살아가는 동력이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고상태기자@전자신문, stk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