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과 아이리버, 어느 쪽이 더 셀까?’
전혀 부딪힐 이유가 없어 보이던 이동통신회사 SK텔레콤과 MP3플레이어 제조사 레인콤 간에 묘한 시장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발단은 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과 MP3플레이어 아이리버의 서로 다른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방식에서 비롯됐다. ‘멜론’을 앞세워 온라인 음악 강자로 떠오른 SK텔레콤이 독자 DRM을 중심으로 재생기기 진영을 규합하고 나선 가운데, 다수의 유명 음악사이트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개방형 DRM을 채택한 레인콤의 ‘아이리버’를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경쟁구도는 ‘호환성 결여’를 가장 불편해하는 온라인 음악 고객들이 특정 서비스(멜론)가 최대한 많은 기기를 지원하는 형태와 최대한 많은 서비스가 특정 재생기기(아이리버)를 지원하는 형태 중 어느 쪽을 선호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돋보이는 것은 아이리버 지원 분위기의 확산이다. 유료 사이트 부문 상위인 맥스MP3가 최근 MS DRM을 지원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사이트 벅스도 내달부터 여기에 가세키로 했다.
맥스MP3의 이용석 음악사업본부장은 “시장점유율 1위인 아이리버 고객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면 큰 약점이 될 것”이라며 “올 초부터 MS DRM 도입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벅스 측도 “여타 기기 역시 수출용에는 대부분 MS DRM을 지원하고 있어 호환성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LG텔레콤도 지난달 레인콤과 음악사업에서 업무제휴를 하는 등 아이리버 중심의 음악서비스 업체 규합은 갈수록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레인콤은 이달 초 싱가포르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인 사운드버즈와 제휴를 맺고 MS DRM 기반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바 있다.
반면 독자 DRM을 고수해 온 SK텔레콤 측은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재생기기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으로 믿고 있다. 실제로 MP3플레이어 부문 2, 3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옙)와 코원(아이오디오)이 멜론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SK텔레콤 DRM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MS DRM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 규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신원수 뮤직사업팀장은 “당장 DRM 문호를 개방하면 해킹이나 불법복제, 불분명한 정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선 독자 DRM을 기반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후 개방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MS DRM 정책을 고수하는 레인콤 역시 현재로서는 SK텔레콤 DRM을 채택하면서까지 멜론을 지원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듯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서비스와 재생기기 업체 간 팽팽한 긴장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DRM, 서비스, 재생기기별로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현재의 온라인 음악 시장은 다분히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멜론 중심의 기기 규합이든 아이리버 중심의 서비스 규합이든, 현 단계에서는 모두 고객들에게 조금 더 이익을 안겨 주는 방법일 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고객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만 온라인 음악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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