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2의 벤처 붐을 실현할 자금줄이 터진다.`
8월부터 10월까지 2개월여 동안 민·관 투자형태로 결성될 23개 벤처펀드는 벤처붐이 한창이었던 지난 2002년 이래 최대 규모의 벤처 자금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벤처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사실 형식면에서 지난해 말 이후 단계적으로 발표돼온 ‘벤처활성화 대책’은 모양새는 갖췄지만 말라버린 자금줄에 대한 무대책으로 벤처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벤처업계는 자금회수를 고려, 대략 전반부인 3년간 이들 펀드의 자금 대부분을 투자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자금회수(Exit)의 대표적 수단인 기업공개(IPO)가 단기간에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투자, 확실히 증가할 것=벤처캐피털업계는 이번에 잇따라 결성되는 벤처펀드 조성으로 투자 여력이 대폭 개선되는 만큼 앞으로 투자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정부가 작년 이후 벤처캐피털 규제를 많이 완화한 것이 투자에 적극 나서는 데 힘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업계가 벤처투자 자금은 있었지만 대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자금이어서 투자에 한계가 있었다”며 “펀드 결성 초반에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만큼 한동안 벤처투자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마른 자금줄 소생=벤처업계는 그동안 올해가 ‘제2의 벤처 붐의 해가 맞느냐’며 정부의 벤처활성화 공약에 물음표를 던졌으나 이번 조치는 확실히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들어 벤처캐피털 업계가 벤처펀드 결성이 지지부진한 데다 지난 2000년 전후 대거 결성해 집행한 벤처펀드의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전력, 자금줄이 마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말 벤처활성화 대책을 통해 제2의 벤처 붐에 중요한 몫을 담당할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벤처 붐 당시 발행한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문제로 인해 제 역할을 전혀 못했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까지 기술신보 문제 여파로 보증이 결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벤처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언론에서는 정부가 벤처에 희망을 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인 셈이다.
◇투자처가 관건=벤처캐피털 업계는 차기 투자처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휴대폰과 LCD 부품 이외에 다음 분야는 어디냐’며 산업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과거 벤처 붐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대기업과 국책연구기관에서 독립해 창업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칫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벤처자금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조민호 스틱IT투자 상무는 “휴대폰·LCD 등 우리나라 주력 분야의 경우 이미 세팅이 완료돼 추가 투자 여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2002년 이래 최대…투자처 선정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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