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17)빈 나노실(絲)

더는 물(水)은 공기처럼 흔하지 않다. 비약적인 산업발전으로 물이 오염된 데다 절대량이 부족하다. 지구 70%가 물이라지만, 정화하지 않은 채 쓸 수 있는 물은 1%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연합(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로서 10년을 내다보는 치수(治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댐을 지어 물을 가둘 수도 없다. 무리한 대형 댐 건설에 의한 생태계 변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

 과학기술자들은 그래서 폐수에 주목한다. 많은 물이 공업용수 등으로 쓰인 뒤 폐수가 돼 방류되는데, 현실적으로 폐수를 다시 쓸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물부족 현상을 해결할 거의 유일한 경제·환경적 대안이라는 것.

 폐수 재활용률 100%를 향한 길에 나노기술이 새 이정표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자들은 50∼100㎚ 크기 구멍을 가진 고분자 섬유를 ‘속 빈 실(絲)’로 만들어냈다. 이 나노실을 여러 개 겹쳐 폐수에 담그면 ‘실 안쪽 공간’을 통해 깨끗하게 걸러진 물을 얻게 된다. 이미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300 이상(국내 폐수방류기준은 COD 100 이하)으로 더러워진 물을 COD 30 이하(곧바로 마실 수 있는 단계)로 걸러내는 나노실이 개발됐다.

 과학기술자들은 나노실을 산업용 폐수처리시설을 비롯한 식용 물 산업계에도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단 한 방울 물도 헛되이 버리지 않고, 단 한 방울 오염물질도 방류하지 않을 때까지 50∼100㎚짜리 구멍을 가진 수많은 나노실이 폐수 속에 담겨 실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