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쯤 전이었나 아마 그 때 노스우드 코어의 펜티엄4 가운데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려나간 모델이 2.8C와 3.0C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프로세서의 동작클록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의 주력 프로세서로 자리 잡고 있는 펜티엄4의 동작 클록은 여전히 3.0~3.2GHz 수준이다. 그 사이 코어를 노스우드에서 프레스캇으로 바꿔 클록 증가에 대한 여유를 더 확보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소 의아해 할 수 있는 현상이다.
# 한계에 다다른 싱글 프로세싱
클록 속도가 제자리를 맴도는 현상은 이제 싱글 프로세싱으로 마냥 클록만 높여서는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없게 됐음을 방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펜티엄4 프로세서의 최고 클록은 ‘XE’ 모델이 갖고 있는 3.73GHz. 프레스캇 코어가 등장할 당시 회자되었던 4GHz 동작 클록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게다가 3.2GHz 이상의 클록을 갖는 펜티엄4의 높은 가격이 과연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안겨줄 지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이를테면 3.73GHz의 동작 클록을 갖는 XE 모델의 경우, 여전한 프레스캇 코어에 90nm 공정으로 생산된다.
같은 프레스캇 코어에서 높아진 동작 클록만큼 연산 능력도 증가하기는 하지만 이와 더불어 높은 전력 공급을 요구하고, 발열도 상당하다. 따라서 강력한 쿨러가 만들어내는 소음도 골칫거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3.73GHz에서 나오는 성능을 갈망하는 유저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
클록 증가를 통한 성능 향상을 두고 말하자면 AMD도 만만치 않다. 애슬론64의 낮은 클록은 출시 초기부터 다양한 얘기가 존재한 터. 결과적으로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기에 애슬론64의 동작 클록에 대한 얘기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텔의 주력 클록이 지난 2년 동안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처럼, AMD의 프로세서 동작 클록 역시 같은 기간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애슬론64의 동작 클록은 현재 1.8~2.4GHz이며 모델넘버의 변화는 클록의 변화가 아닌 L2 캐시의 크기와 코어의 차이에서 비롯될 뿐이다.
# 듀얼 코어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
인텔과 AMD 모두 코어 개수를 늘려 클록 속도 정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시장에 반영되고 있으며, 양 사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는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듀얼 코어 시장을 선점한 인텔은 싱글 모델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을 바탕으로 아직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격을 보이는 AMD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보다 유리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 듀얼 코어는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코어와 각각 전용으로 사용하는 L2 캐시까지 갖춰, 별도의 두 개의 프로세서로 듀얼 프로세싱을 구현하던 지금까지의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그런데 인텔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이미 인텔은 하이퍼스레딩이라는 기술을 통해 가상으로 듀얼 프로세싱을 구현해 왔다.
즉,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코어가 나뉜 것이 아닐 뿐, 이미 현재 보급되고 있는 모든 펜티엄4는 듀얼 프로세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인텔의 펜티엄4를 듀얼 코어로 만든다면? 쉽게 생각하자면 듀얼 코어와 하이퍼스레딩의 결합으로 두 개의 물리적으로 분리된 코어가 가상으로 구현된 듀얼 코어와 결합해 쿼드 프로세싱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시장에 선보인 듀얼 코어 펜티엄4, 즉, ‘펜티엄 D’ 모델에는 하이퍼스레딩 기술이 빠져 있다. 즉, 그것이 가상이냐 실제냐의 차이가 있을 뿐, 펜티엄4 모델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듀얼 프로세싱이라는 얘기다. 어쩌면 이런 차이가 ‘펜티엄 D’ 모델의 낮은 가격대 시장 진입을 유도했을 지도 모르며 반대로 ‘애슬론64 X2’의 높은 가격대 책정이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 듀얼 지원 애플리케이션 부족
누누이 나오는 말이지만 듀얼 코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듀얼 프로세싱을 지원하는 운용체계, 그리고 이 운용체계 하에서 듀얼 프로세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너무 단순하고 간단한 얘기며 지겨울 정도로 많이 거론되고 따라서 누구나 알고 있을만한 얘기다. 이 중 듀얼 프로세싱을 지원하는 운용체계에 대한 문제는 윈도XP가 주력 운용체계로 쓰이고 있는 현 실정에서 거론할 가치도 없어진 내용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금의 컴퓨팅 환경은 듀얼 프로세싱에 상당히 근접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싱글 프로세싱 위주다. 이는 일반적인 컴퓨팅 환경에서라면 싱글 프로세싱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두 개의 프로세서로 구성한 듀얼 시스템에서 하나의 프로세서가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이나, 하나의 프로세서 안에 들어간 두 개의 코어 중 하나가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이나 다를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애슬론64 X2’를 예로 들어보자. 베니스 코어의 ‘3500+’ 모델과 맨체스터 코어의 ‘4200+’ 모델은 같은 2.2GHz로 동작한다. 모델넘버는 다르다. 차이라면 베니스 코어 두 개를 합쳐놓은 것이 맨체스터 코어라는 것, 즉, 듀얼 프로세싱이 구현되는 상황에서나 모델 넘버만큼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얘기다. 이런 차이가 베니스 3500+와 맨체스터 4200+의 가격 차이를 보상해줄 만큼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가격적인 문제는 훨씬 덜 하지만, 펜티엄 D의 경우도 나을 것은 없다. ‘펜티엄4 531’과 ‘펜티엄 D 830’은 코어 하나만 두고 본다면 동작 클록까지 완전히 같다. 가격 차이는 AMD의 경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배에 가까운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티엄 D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이유는 단지 ‘애슬론64 X2’에 비해 싸다는 것 뿐이다.
대신 이 펜티엄 D에는 ‘펜티엄4 531’에 적용된 하이퍼스레딩이 빠져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접하는 상황에서 듀얼 프로세싱이라는 것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 같은 듀얼 프로세싱 구현을 위해 단지 캐싱 효율을 노리고 두 배에 다다르는 비용을 더 부담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
# ‘애슬론 64’와 ‘셀러론 D’ 매력적
애슬론64와 셀러론 D가 우세한 시장 상황 이어질 듯
한참 뒷북이기는 하지만, 셀러론의 패키지가 ‘LGA775’로 바뀌고, 이제 거의 모든 셀러론 라인이 ‘LGA775’로 돌아섰다는 것은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현 시장에 반영된 변화로는 듀얼 코어보다 더 큰 이슈일 수도 있다. AMD의 ‘셈프론’은 여전히 ‘애슬론64’와 차별되는 ‘소켓754’ 패키지. 만일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둔다면 ‘셈프론’의 선택은 상당한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고가의 펜티엄4 라인과 같은 패키지로 된 셀러론 D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당장의 성능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업그레이드를 통한 시스템 성능 향상을 고려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심리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월등히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셈프론’은 여전히 셀러론 D가 장악하고 있는 보급형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셈프론’이 갖고 있는 플랫폼상의 핸디캡은 성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애슬론64의 등장 때부터 시작됐던 AMD의 성능적 우세 분위기는 인텔이 프레스캇을 계속 유지하는 한 역전될 것 같지는 않다. 비록 듀얼 코어에서 AMD의 심하다 싶을 만큼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인텔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성능 열세를 만회해줄 것 같지는 않다.
<이관헌 다나와 정보팀 차장 grape@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