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중국 `문화경영허가증제` 도입 파장

중국 정부가 지난 2003년 내놓았던 ‘문화경영허가증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문화부뿐 만 아니라 중국선전부, 광전총국, 신문출판총서, 상무부, 해관총서 등 문화상품 수입과 관련한 6개 부서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어 그 수위가 예전의 그것에 비해 한층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류열풍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온라인게임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에 나왔던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에 불과해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봐서는 중국의 여러 부처가 한목소리를 낸 점을 제외하면 온라인게임 수출과 관련해서는 최근 몇년동안의 사정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과연 중국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문화상품 수입경영허가증제도’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위협용 공포탄에 그칠지, 아니면 국산 온라인게임의 중국 수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지, 걸림돌이 된다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그 내용과 수위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신규 규정 요약본을 긴급 입수, 파장을 분석해 봤다.

# 중국 ‘문화제품 수입관리 강화 규정’ 뭘 담았나

중국의 6개 정부 기관이 최근 연합해 내놓은 ‘문화제품 수입관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규정’은 ‘문화제품 수입경영허가증제도’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단기 내에 신규 문화제품 수입업체에 대한 허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기존 문화제품 수입 운영업체에 한해 총수량을 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신규업체는 물론 기존 허가업체까지도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온라인게임과 관련해서는 우선 담당기관을 문화부와 신문출판총서로 이원화 했다. 문화부는 게임 사용과정의 콘텐츠에 대한 심사와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감독하고, 신문출판총서는 해외 저작권자의 위임을 받은 온라인게임 출판물 출판에 대한 심사 허가를 맡도록 했다.

또 ▲수입 온라인게임 명칭을 마음대로 고치지 못한다 ▲음란·폭력·테러 등 해로운 내용을 담은 온라인게임을 엄격하게 처리한다 ▲허가를 거쳐 수입한 온라인게임 출판물은 독단적으로 제품 명칭을 고치지 못하며 제품의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하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시켰다.

# 어떤 영향 미칠까

지난 2003년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문화경영허가증제도’와 다른 점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내용은 예전의 것과 대동소이 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번 것은 문화부가 단독으로 내놓았던 그것과는 무게가 틀리다. 6개 기관이 연합해 내놓았다는 사실은 정부 각부처가 연계해 보다 철저하고 엄격하게 룰을 지키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신규 진출이 훨씬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진출했던 업체와 게임이 퇴출되는 사태를 맞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신규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들의 경우 제한된 수의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만 중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현지 업체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개발사들의 채산성과도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규정을 통해 중국정부가 온라인게임에 대한 패치·업그레이드까지 틀어쥐게 되면 이와 관련한 사항을 중국측 협력사에 위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곧 국내 기업들이 수년간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 쌓아온 온라인게임 개발 및 서버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에 헐값에 넘기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온라인게임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 문화부 대책 마련 부심

문화부는 이번 사안이 ‘한류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문화상품 전체를 포괄하는 차원에서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19일 문화산업국장 주재로 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한류와 관련한 문화단체들이 참여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업계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문화부로서도 중국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칫 내정간섭으로 비춰지거나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문제인 때문이다.

이와관련 문화부 게임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이번 중국 정부의 발표가 특정 국가나 특정 산업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공식 루트를 통해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난감한 심정을 토로했다.

반면 지난 2003년부터 중국정부의 행보를 지켜봐온 온라인게임 업계는 느긋한 분위기다. 이번에 나온 규정이 지난 2003년에 이미 발표된 내용이라 오래전부터 알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게임산업협회 김영만회장은 “이번 중국정부의 발표는 그동안 불명확했던 부처간 업무를 명확하게 분장하자는 측면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계기로 오히려 우리 정부가 규제 보다는 진흥 위주의 정책을 펼쳐줌으로써 중국정부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