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의 대표주자인 컴투스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투자사로부터 총 800만 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 그동안 추진해온 글로벌화에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외자유치를 계기로 컴투스는 탄탄한 자금력을 갖춤과 동시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투자사들을 동반자로 확보함으로써 대규모 자금을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해외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 시장을 중시해온 박지영(32) 사장의 고집과 정열이 만들어 낸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이제 큰 그림을 그려야죠.”
박지영사장은 이번 외자 유치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모바일게임 업체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겼다.
박사장은 그동안 좁은 국내 시장에서 아옹다옹해야 하는 국내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글로벌화’는 이를 위한 필수과제였다. 이에 박사장은 지난 2000년부터 끊임없이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다녔다.
그 결과 컴투스는 세게 40여개국에 ‘안드레아가시 테니스’를 비롯해 수십종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는 등 국내 모바일게임을 세계 시장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항상 뭔가가 빠져 있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자금이 부족한 가운데 쪼개고 쪼개서 해외시장을 쫒아다니다 보니 공을 들인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현지 상황에 대한 노하우는 쌓여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현지업체를 능가할 정도는 못됐다.
이런 가운데 이루어진 외자유치는 평소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우수한 콘텐츠 이외에 튼튼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갖춘 현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온 그에게는 가뭄 끝에 내린 단비였다.
# 투자사는 글로벌화 도와줄 강력한 우군
이에 박사장은 이번 외자유치의 의미를 ‘강력한 우군 확보’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투자를 받으면서 일정 지분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된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사장은 “미국 투자사들의 경우 국내 투자사들과는 달리 투자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뒤를 돌봐준다”며 “이는 그동안 혼자 고군분투해온 컴투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컴투스는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부터 투자사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미국 투자사들의 관례에 따라 월던과 스톰에서 각각 1명씩 2명의 외국인 이사가 이사진에 새로 합류한 것이었다. 컴투스는 또 이를 계기로 회사운영과 보고체계 등을 글로벌 조직에 맞도록 전환해 갈 예정이다. 또 이사회도 해외기업의 경우처럼 그 역할을 대폭 강화, 앞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토록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박사장은 “투자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글로벌한 관점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주며 회사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모색해 나가는 등 컴투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전략팀이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기업가치 평가 땐 자존심 상하기도
박사장은 이번 외자유치를 추진하면서 투자 규모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었다.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을 연 선발 기업인 컴투스가 한국 업체라는 이유 때문에 후발주자인 미국업체들보다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돼야 하는 현실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박사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개척자’로 통할 정도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 자바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고, 2003년 7월에는 타임지 선정 세계 14대 기술대가(Global Tech Guru)로 소개될 정도로 인정을 받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사들의 기업가치 평가는 냉혹했다. 한국의 시장규모와 성장가능성이 미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사장도 항상 아프게 느껴온 국내 기업의 한계라는 점에서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사실이 그를 더욱 가슴 저리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이같은 상황은 박사장으로 하여금 세계를 상대로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 미국과 유럽 선두 탈환 노릴 것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선두권을 탈환해야죠.”
박지영사장이 노리는 시장은 사실 유럽과 미국이었다. 하지만 외자유치를 받았다고 해서 급하게 서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에 박사장은 “해외 경쟁사에 비해 경쟁우위에 설수 있는 지역부터 우선 공략할 생각”이라고 했다. 바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다. 그런 연후 차차 시장에 대한 분석과 시기, 공략 전략 등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쌓아간다는 의도였다.
그는 또 “이번 외자유치는 시작에 불과한 만큼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은 투자사들과의 협의와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연말이나 내년초에나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사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시장이에요. 한국시장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거잖아요.”라며 세계화를 추진하면서도 국내 시장에 뿌리를 둘 것임을 강조했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