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자·단말기제조사 등 지상파DMB 관련 부처 및 업체들이 지상파DMB 중계망 구축비용에 대해 제조사가 공동 부담키로 합의함에 따라 지상파DMB 시장 안착의 전기가 마련됐다.
정통부는 30일 관련 부처 및 업계 모임을 주관하고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은 “중계망 구축과 관련, 단말기 제조사가 일정액을 부담해 재원을 마련키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며 “최대 5년 시한을 두고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상파DMB에 대해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가기로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이 부위원장을 비롯해 정연주 KBS 사장, 신종인 MBC 부사장, 안국정 SBS 사장, 표완수 YTN 사장, 김운섭·박노병 삼성전자 부사장, 안승권 LG전자 부사장,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 박일근 퍼스텔 사장 등이 참석했다.
◇대타협 ‘성공’=지상파DMB 6개 사업자 단일의사결정기관인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이날 “지상파DMB 단말기 제조업계와 방송사는 지하중계망 구축 방안에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단말기 보급 촉진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 방식은 추후 논의키로 했는데, ‘지상파DMB 로고’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용료 명목으로 단말기업체가 대당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협회나 법인을 설립해 이 자금을 가지고 중계망 구축·운용을 책임지게 된다. 일례로 대당 3000원씩 부담할 경우 1000만대 보급시 3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된다. 대당 부담금액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안국정 SBS 사장은 1만원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은 영국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사업자인 디지털원이 이미 시행중이다. 디지털원은 ‘디지털라디오’라는 로고를 단말사에 부여하는 대신 대략 1유로를 징수하고 있다.
◇과제 및 전망=일단 지상파DMB 활성화의 걸림돌이었던 중계망 구축·운용과 유통망 확보 중 한 가지를 해결한 셈이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그간 논란이 돼 왔던 지하 중계망 구축 방안이 해결됨에 따라 방송사들도 지상파DMB 본방송을 당초 예정대로 12월에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더는 망식별부호(NIS) 도입 논의도 필요없다”고 덧붙였다.
남은 과제는 △단말사에 로고를 강제하는 제도적 뒷받침 마련 △이통사 참여 유도를 통한 유통망 확보 등이다. 박일근 퍼스텔 사장은 “지상파DMB 데이터방송 등에서 알고리듬 값을 제조사와 공유함으로써 향후 로고를 받지 않은 중국산 저가 단말기 공세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업자들은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로고’가 제몫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로고’가 강제성을 띨 수 없다는 한계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를 표명했다.
이통사 참여도 문제다. 그간 NIS 도입을 주장해 온 KTF 등은 이번 합의에서 밀려난 셈이다. 방송위와 제조업체는 정통부가 이통사의 참여를 독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통사가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순순히 참여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부위원장은 “지상파DMB의 양방향 데이터방송은 부가서비스로서 유료가 가능하다”며 “이통사가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도입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가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이번 선례가 향후 뉴미디어 도입 때마다 거론될 가능성이 크므로 주목된다. 지난 2000년을 전후해 지상파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의 최대 수혜자인 삼성전자·LG전자 등 DTV 제조업체가 전환 비용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제조사들은 이를 거절해 왔으나 이번에 선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