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 개발을 둘러싸고 한·일 간의 개발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최근 전격적으로 컬러필터용 잉크젯 프린팅 기술에 성공, 일본 기업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던 국내 기업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의 경우 LCD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어 양국 정부가 모두 국책 과제로 이를 지원하고 있는 데다가 일본 기업들은 외부에 일절 기술 공개를 하지 않는 블랙박스 전략을 펼치고 있어 양국 간의 기술 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한발 앞선 일본=샤프는 일본의 산·관·학 국책 연구 프로젝트인 ‘퓨처비전’ 사업을 통해 잉크젯 프린팅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오는 2006년 말경 가동하는 자사의 8세대 컬러필터 라인에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정부는 퓨처비전에 참가하고 있는 장비·재료 업체들에 이 기술에 대해 해외 판매를 금지하는 등 기술 보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일본의 컬러필터 전문 제조업체인 대일본인쇄(DNP)는 올해 말까지 자사 6세대 컬러필터 라인에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DNP도 자체적으로 장비와 공정을 개발하는 등 외부에 일절 기술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전 일본 LCD 업계가 이 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격 좁히는 국내기업=삼성전자는 오는 2007년 말 가동하는 8세대 라인부터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산업자원부의 부품소재개발사업 과제 중 하나인 잉크젯 프린팅 및 롤 프린팅 장비 개발 사업의 수요기업으로 참여했다. 잉크젯 프린팅 장비는 삼성전자 메카센터에서 개발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해외 장비업체인 라이트렉스와 공동 개발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잉크젯 프린팅 기술 개발을 마친 데 이어 LG필립스LCD의 4세대 혹은 5세대 라인에 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파주의 7세대 혹은 8세대 라인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LG화학 측은 “향후 상용화는 LG필립스LCD와 협의를 통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2년 이내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의 경우 기술 성숙도가 높아 기존 방식으로 원가를 줄이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로 한·일 간 총력전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와 재료개발이 관건=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노광공정을 없애고 기존 16개 단계로 이뤄진 공정을 3개 단계로 단순화할 수 있어 제조 시간과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LCD의 재료비도 10% 가까이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TFT 공정까지 적용할 경우 LCD 원가의 30% 가까운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기존 포토장비, 식각장비 등도 필요치 않아 장비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잉크와 이를 정교하게 뿌려주는 헤드 기술은 아직까지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재료와 프린터 헤드 분야에서 국내보다 크게 앞서 있는 일본이 여전히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 해외기업이 출원한 수많은 특허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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