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타임워너의 공급 계약은 그동안 미국 시장의 독점업체로 군림해 온 모토로라와 사이언티픽애틀랜타(SA)를 제치고 삼성이 디지털케이블셋톱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성의 연착륙이 성공할 경우 휴맥스 등 국내 셋톱박스업체, 알티캐스트 등 오픈케이블방식 미들웨어 개발업체들의 동반 진출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디지털 장비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지난 2∼3년간 정보통신부가 주장해 온 ‘국내에서 먼저 오픈케이블방식을 상용화해 이를 바탕으로 미국 오픈케이블 디지털셋톱시장에 대한 국내 업체 진출을 뒷받침한다’는 정책 방향이 절반 이상 성공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미국 시장 상황=미국 케이블방송시장은 외형적으로 MSO가 주도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모토로라와 SA라는 거대 방송장비·셋톱박스업체가 장악한 상태다. 이를테면 모토로라는 컴캐스트라는 사업자에 방송국 송출장비에서 가정에 들어가는 셋톱박스까지 ‘처음부터 끝까지(엔드 투 엔드)’공급한다. 컴캐스트가 신규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모토로라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타임워너와 SA의 관계도 유사하다.
따라서 미 MSO는 사업자단체인 케이블랩스를 앞세워 ‘오픈케이블방식’을 제안·관철시켰다. 오픈케이블에 따를 경우 모토로라의 수신제한시스템(CAS)을 쓰면서도 다른 회사의 셋톱박스를 구매할 수 있다. MSO가 모토로라와 SA의 장악력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미국 케이블셋톱박스시장 90∼95%를 점유하는 모토로라와 SA는 그러나 오픈케이블방식에 소극적이다. 이 틈새를 유럽 최대 업체인 페이스와 신규 하드웨어시장을 개척중인 삼성전자가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수출은 ‘모토로라-SA 독점 파괴’를 뜻한다. 미국 케이블방송시장은 최근 디지털전환이 급격히 이뤄져 향후 오픈케이블방식의 폭발적 성장 잠재력을 가늠케 한다. 디지털전환 가입자들이 오픈케이블 시장으로 전환한다고 볼 때 연간 시장 규모만 7억5000만달러(셋톱당 250달러 적용시)에 이른다. 표 참조
◇국내 업체들, ‘기회’=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주도권 도전은 주변 미들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경쟁 셋톱박스업체에도 기회다.
오픈케이블방식 미들웨어, 이른바 OCAP(Open Cable Application Platform) 개발업체인 알티캐스트가 주목된다. OCAP는 오픈케이블방식 디지털셋톱박스에서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가능케 하는 미들웨어다.
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은 “삼성전자와는 미들웨어 탑재를 위해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알티캐스트는 유럽식 미들웨어 MHP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국내에서 삼성전자 셋톱박스에 OCAP를 올려 CJ케이블넷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미들웨어시장 역시 셋톱박스 대당 10달러 가량 예상된다. 미국 미들웨어 시장 장악도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국내에서 상용화 경험이 있는 데이터방송용 애플리케이션도 미국 선점이 가능하다. 미국은 상용화 경험이 없어 초기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증된 우리나라 솔루션을 활용할 전망이다.
휴맥스 등 디지털셋톱박스업체가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행보를 같이해 독점 세력인 모토로라와 SA를 위협할 경우 이들이 시장 수성을 위해 제휴업체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휴맥스 등은 오픈케이블 상용 제품을 개발해 놓은 상황이다.
국내 MSO의 고위 관계자는 “모토로라와 SA가 시장 주도권을 MSO에 넘기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서 미 MSO로선 삼성전자나 유럽 페이스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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