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⑥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⑥

◆안성태 리디스 사장

 “망원렌즈로 피사체를 보는 느낌이 좋습니다. 세상을 영상으로 끄집어내면서 아름다움과 짜릿함을 느낍니다.”

안성태 리디스테크놀로지 사장(51)은 사진 애호가다. 학창 시절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고 일본 샤프에서 근무하던 시절 카메라와 관련된 일을 하기도 했다. 일본 근무 시절에 여행하다가 찍은 ‘꽃 파는 할머니’ 사진은 ‘외국인이 본 일본’이라는 작품으로 오사카 시로부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 사장에게 있어 사진은 이제 취미 이상의 것이 됐다. 디스플레이용 구동 IC를 설계하는 일을 하면서 카메라 또는 각종 전자기기에 붙은 사각의 액정은 ‘세상을 보는 창’이며, 사람들이 이 창으로 얼마나 더 아름답게 세상을 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그의 임무가 됐다.

안 사장은 영상과 관련된 첨단 기술 개발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가 외국 유학, 일본 업체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 삼성전자에서 한 일도 바로 디스플레이 구동 IC 설계 작업이다. 삼성전자에서 생산 설계부터 영업까지 두루 경험한 안 사장은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위해 대기업이라는 울타리를 뛰쳐 나왔다. 지난 2000년 5월 리디스를 창업, 벤처 바닥으로 뛰어든 것이다.

“창업 당시 소형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 IC는 표준화가 안된 채 각사별로 특화된 제품을 필요했는데, 이는 대기업보다는 벤처기업이 할 수 있는 일로 이 분야에서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창업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디스플레이 구동 IC 분야의 후공정을 담당할 회사들도 지난 98년 이후 대만 쪽에 다수 생겨나면서, 사업을 위한 외부 환경도 좋은 상태였다.

“당시 흑백 디스플레이가 대세였지만 컬러로 이동할 것으로 생각해 관련 제품을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결국, 예상이 맞은 것이지요.”

리디스가 첫번째로 대량 매출을 올린 것도 컬러 STN용 구동 IC다. 첫 제품명은 ‘LDS171’로 96×64, 4000컬러 제품으로 세계 최대의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에 공급하게 됐다. 이 제품이 현재의 리디스를 만들게 된 동력이 됐다. 이 제품은 지난 2002년 첫번째 매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00만개나 팔렸다. 5000만∼7000만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려준 효자 품목이다.

“제품 설계부터 샘플 공급까지 9주 만에 해결했습니다. 설계와 공정을 동시에 진행했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설계를 위한 블록을 준비해놨긴 했지만 상당히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이 잘 나오면서 노키아 측에 인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제품 성능을 검사했는데, 안사장은 이를 빨리 일본에 가져가기 위해 공항에 수시간동안 대기하다가 대만에서 직원이 막 가져온 웨이퍼 가방을 들고 바로 일본에 가져갔다. 그래서 그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편 배달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리디스가 노키아에다가 경쟁사에 비해서 제품을 빨리 공급함에 따라 컬러폰 출시를 1분기 정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관계가 돈독해져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 리디스는 STN LCD용 구동 IC를 비롯한 유기EL(OLED)용 구동 IC 등을 설계, 삼성전자 등에 채택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특히 OLED용 구동 IC 부분에서는 경쟁 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1위로 올라서면서 기술이나 시장 모든 측면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같은 활약으로 리디스는 지난해 6월 나스닥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2003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리디스는 골드먼삭스사를 통해 600만주를 주당 14달러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세계적인 팹리스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나스닥 상장 이후 리디스는 STN LCD용 구동 IC, OLED 구동 IC뿐 아니라 TFT LCD용 구동 IC 시장에도 진출,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3개 분야의 구동 칩을 모두 공급하고 있다.

“제품 종류도 많아졌고 매출 규모도 커졌지만 나스닥 상장 이후 자금을 확보, 현재 부채가 하나도 없으며 현금 보유액이 지난 6월 말 현재 1억14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안정됐습니다. 연구 개발이나 회사 운영에 사용될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당분간 외풍에도 문제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 사장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소송이 난무하는 미국 시장에서 리디스의 주가가 하락하자 일부 주주들이 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나스닥 상장 기업 많은 업체가 겪는 것으로 이에 대비해 보험까지 들어놓은 것이라 회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송보다 안 사장을 힘들게 한 것은 소송에 따른 악성 소문이었다. 업계에 리디스가 소송을 걸려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문이 발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제품을 계획대로 내면서 소문을 불식시키기로 했고, 그렇게 하니까 요즘 조금은 많이 잠잠해 졌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리디스를 세계적인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 키우기 위해 도약을 기획중이다. 고객층을 넓히고 제품군을 다양화해 안정성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사실 고전했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유명 기업 고객에서는 공급 제품을 다양화하고 중국 등 새로운 시장도 개척할 예정입니다. 이미 1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리디스는 해외 시장 공격을 위해 이미 홍콩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최근에 상하이에 또 다른 지사를 개설하는 등 현지 시장 확보를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홍콩의 모 모듈회사에 제품을 공급한 지 반년 이상 됐고, 실적도 가시화되는 등 안 사장의 구상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안 사장은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외에도 장기적으로 또 다른 아이템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그래도 휴대폰을 잘 아니까, 휴대폰에 사용되는 또 다른 반도체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설계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쪽이 될 것입니다.”

10년 뒤의 리디스는 여러 제품을 공급하는 중요한 팹리스 회사가 되어있을 것이며 대만의 미디어텍 등과 같은 건실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안 사장은 자신했다.

◆리디스테크놀로지

 리디스테크놀로지(대표 안성태 http://www.leadis.com)는 지난 2000년 5월 설립된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구동 IC를 설계, 공급하고 있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2001년에는 우리나라와 대만에 지사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올해는 중국 상하이에도 지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STN LCD 구동 IC, OLED 구동 IC, TFT LCD 구동 IC 등을 두루두루 설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2002년부터 관련 제품으로 본격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8월 모바일용 컬러 OLED 드라이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주목받았다. 리디스는 노키아, 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주요 휴대폰 업체에 제품을 공급중이다.

리디스는 특히 창업 당시부터 나스닥시장 상장을 염두하고 미국에 본사를 두고 연구개발은 국내에서 진행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이 같은 준비과정을 통해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나스닥시장에 상장, 7800만달러를 유치했다.

리디스는 로드쇼를 통해 주당 12∼14달러의 공모가격대를 설정하고 이 중 최대치인 14달러에 상장했다. 이때 미국 현지 경제지에는 공모 청약에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기관들이 리디스의 주식을 ‘안약에서 찔끔 떨어지는 정도의 물량’ 정도 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사진: 안성태 리디스테크놀로지 사장은 “10년 뒤의 리디스는 여러 제품을 공급하는 중요한 팹리스 회사가 되어있을 것이며 대만의 미디어텍 등과 같은 건실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